미국에서 진행된 3상 임상시험에서, 어린이의 심한 충치를 드릴로 갈아내지 않고도 멈출 수 있다는 근거가 확인됐습니다. 은과 불소를 함께 녹인 도포액인 은다이아민플루오라이드(SDF, silver diamine fluoride)를 충치 부위에 바르기만 했는데도, 위약을 바른 아이들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충치 진행이 멈췄습니다. 이 결과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SDF를 충치 치료제로 정식 승인하는 절차에 쓰일 근거로 마련됐습니다.

협조하기 어려운 아이, 드릴 치료는 왜 힘들어지나

충치는 미국 어린이의 40%가 겪을 만큼 흔한 질환이지만 그중에서도 심한 충치는 건강과 경제적으로 더 큰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생후 12개월에서 71개월 사이 어린 아이에게 여러 개의 이가 한꺼번에 심하게 썩는 경우를 중증 유아기 충치라고 부르는데, 이 나이대 아이들은 진료 의자에 오래 앉아 드릴로 썩은 부위를 갈아내는 치료를 받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전신마취나 진정법을 함께 쓰는 경우가 많은데, 한 미국 연구는 전신마취로 치료했을 때가 진정법보다 충치 없는 기간을 4개월 더 늘렸지만 비용은 더 빠르게 올라 2015년 기준 충치 없는 한 달을 얻는 데 881달러가 들었다고 보고했습니다. 비강 진정법처럼 마취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도 있지만, SDF는 마취나 진정 없이 도포만으로 충치 진행 자체를 멈추려는 접근입니다.

은과 불소가 함께 하는 일

38% 농도의 SDF는 은 이온과 암모니아, 불소를 함께 녹인 도포액입니다. 작은 붓으로 충치 부위에 발라 은 이온의 항균 작용으로 충치를 일으키는 세균을 억제하고 불소로 빠져나간 미네랄을 다시 채워 치아 표면을 단단하게 만듭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은 이온이 산화되며 치료한 부위가 영구적으로 검게 물듭니다. 충치 진행이 멈췄다는 신호이기도 하지만 미관상 부담이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830명을 두 갈래로 나눠 두 번 발랐다

이번 임상시험은 미국 3개 기관이 참여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했습니다. 활성 충치 병소가 있는 1~6세 어린이 830명을 SDF군과 위약군으로 나누고 시작 시점과 6개월 뒤 두 차례 도포한 뒤 3개월·6개월·8개월째 병소가 멈췄는지 확인했습니다. SDF군에서는 3개월째 57.5%, 6개월째 54.0%, 8개월째 50.2%의 병소가 멈췄습니다. 같은 시점 위약군은 각각 18.8%, 22.5%, 17.4%였습니다. SDF군이 위약군보다 세 시점 모두에서 30퍼센트포인트 넘게 높았습니다. 통증 정도는 두 군 사이에 차이가 없었고 부작용을 겪은 비율도 SDF군 47.3%, 위약군 43.3%로 비슷했으며 대부분 경미하거나 중등도였습니다.

남는 과제

검게 남는 자국은 여전히 부모들이 SDF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힙니다. 은 이온의 산화가 착색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은 대신 셀레늄 나노입자 등 다른 항균 금속으로 착색을 줄이려는 연구도 함께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임상시험은 830명 중 584명(70%)만 끝까지 추적됐고 중도 탈락자의 약 10%는 코로나19가 원인이었던 만큼 8개월 이후 더 오래 지속되는지는 추가로 지켜봐야 합니다.

이번 3상 임상시험은 SDF가 위약보다 충치 진행을 확실히 멈춘다는 것을 무작위 대조군 방식으로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는 미국에서 SDF를 충치 치료제로 정식 승인받기 위한 근거로 쓰일 예정입니다.

충치 병소에 SDF를 바르기 전과 두 차례 바른 뒤를 비교한 치아 단면도. 도포 전에는 갈색으로 물러진 병소가, 도포 후에는 단단하고 검게 굳은 병소가 보인다.

치아 표면에 도포액을 바르는 손과 함께, 은 이온이 세균을 억제하는 작용과 불소가 빠져나간 미네랄을 채우는 작용을 화살표로 나타낸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