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아니라 아이 전체를 가라앉혀야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진료 의자에 앉기조차 거부하는 어린 환자에게 소아치과가 오랫동안 써 온 방법은 입으로 먹이는 시럽이나 정맥주사였습니다. 최근에는 코 안에 뿌리기만 하면 되는 비강 진정법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두 약물인 덱스메데토미딘과 미다졸람을 다시 비교한 분석을 보면 치료를 끝까지 마치는 성공률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약이 듣기 시작하는 시간과 잠들어 있는 시간에서는 갈렸습니다.

코 점막으로 약을 흡수시킨다

비강 진정법은 스프레이나 점적기로 약물을 콧속에 넣어 코점막을 통해 흡수시키는 방식입니다. 코안 점막은 표면적이 넓고 혈관이 많아 약물이 빠르게 흡수되고 간을 한 번 거치며 약효가 줄어드는 간 초회통과 대사를 건너뛸 수 있습니다. 주사 없이도 전신 진정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이유입니다.

분무기로 코 안에 진정제를 뿌리면 코점막을 통해 빠르게 흡수되어 뇌로 전달되는 과정을 나타낸 그림

가장 많이 쓰이는 두 약물은 작용 방식이 다릅니다. 미다졸람은 뇌의 GABA 수용체에 작용해 불안을 줄이고 기억을 지우는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이고 덱스메데토미딘은 알파2 아드레날린 수용체에 작용해 자연스러운 잠에 가까운 진정을 만드는 약물입니다. 여기에 통증 신호를 막는 케타민을 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케타민은 기도 반사를 비교적 그대로 유지시켜 두 약물의 진정 효과를 보완합니다.

먹이거나 찌르던 자리를 대신한다

이 매체는 앞서 바늘 없이 국소마취약을 넣는 무바늘 마취와 약물을 천천히 밀어 넣는 디지털 무통마취, 가상현실로 아이의 불안을 달래는 VR 치료를 다뤘습니다. 이번 비강 진정법은 국소 마취가 아니라 몸 전체의 의식 수준을 낮추는 진정 그 자체를 다룹니다.

전통적으로 소아 진정에 가장 많이 쓰인 방법은 클로랄하이드레이트(치과와 소아과에서 흔히 '포크랄'이라는 상품명으로도 불리는 진정제 시럽)를 먹이는 경구 진정이었습니다. 150년 넘게 쓰여 왔고 값도 싸지만 진정에 실패하는 비율이 20%를 웃돌고 쓴맛 때문에 아이가 뱉어내거나 게워내는 일이 잦아 엄격한 금식이 필요했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연구팀이 7세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이 경구 진정제와 코로 뿌리는 덱스메데토미딘·케타민 병용을 견준 임상시험에서 15분 안에 진정에 성공하는 비율은 두 방법이 비슷했지만(75.8% 대 66.7%) 저산소증이나 호흡 이상 같은 부작용은 3.2%로 경구 진정제의 16.7%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이 연구는 심장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 같은 비치과 진정 사례였지만 코로 주는 방식이 국내에서도 기존 경구 진정제를 대신할 대안으로 검증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두 약물, 성공률은 같아도 걸리는 시간이 다르다

소아치과 치료만 놓고 다시 비교한 분석에서는 덱스메데토미딘과 미다졸람의 치료 성공률에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개별 연구 평균을 보면 덱스메데토미딘의 성공률(75%)이 미다졸람(58%)보다 높게 나타났지만 연구마다 결과 편차가 커서 두 약물의 우열을 통계적으로 확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반면 약이 듣기 시작하는 시간과 잠들어 있는 시간에서는 차이가 뚜렷했습니다. 덱스메데토미딘은 미다졸람보다 평균 8.8분 늦게 듣기 시작했고 진정 상태는 평균 20.3분 더 오래 유지됐습니다.

미다졸람은 빨리 듣고 빨리 끝나는 반면 덱스메데토미딘은 늦게 듣기 시작해 더 오래 진정이 유지되는 차이를 나타낸 타임라인 그림

짧은 발치나 충전 치료처럼 빨리 끝나는 진료에는 미다졸람이, 여러 개의 치아를 한 번에 다뤄야 하는 진료에는 느리지만 오래가는 덱스메데토미딘이 더 맞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두 약물에 케타민을 더한 병용 요법은 성공률 평균이 84%로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이 결과를 뒷받침하는 연구는 아직 한두 편에 그쳐 확정된 근거로 보기는 이릅니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용량과 기준

이 비교의 근거는 아직 단단하지 않습니다. 연구마다 약물 용량과 투여 도구, 진정 상태를 재는 척도가 달라 결과를 하나의 기준으로 합치기 어려웠습니다. 소아 비강 진정에 쓸 약물의 최적 용량과 투여 도구, 투여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두 약물 모두 바늘을 아예 보지 않고 진정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은 비교 분석에서 공통으로 확인됐습니다. 소아치과의 진정법은 무엇을 쓰느냐보다 언제 빨리 듣는 약이 필요하고 언제 오래가는 약이 필요한지를 가르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