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서 마취할 때 가장 무서운 순간은 바늘이 잇몸에 들어가는 그 짧은 순간입니다. 이 바늘 자체를 없애고 아주 가는 물줄기를 강한 압력으로 쏘아 마취약을 잇몸 속으로 밀어 넣는 장치가 여러 나라의 임상시험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무바늘 마취' 또는 '니들프리 마취'로 불리는 이 방식은 국내에서도 2025년 8월부터 치과 비급여 항목으로 등재됐습니다. 다만 이 장치가 모든 주사를 대신하지는 못합니다. 잇몸 표면을 다루는 시술에는 바늘 못지않은 결과가 쌓였지만 이 속 신경까지 마취해야 하는 치료에는 아직 재주사가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압력이 바늘의 자리를 대신한다
무바늘 마취 장치는 인젝스(INJEX)·매다젯(MadaJet)처럼 스프링이나 압축가스로 순간적인 압력을 만들어 마취약을 아주 가는 물줄기 형태로 잇몸 점막에 쏩니다. 바늘로 조직을 뚫는 대신 물줄기의 압력 자체로 점막을 뚫고 들어가는 방식이라 찌르는 순간의 통증 신호가 애초에 생기지 않습니다. 바늘은 그대로 두되 주입 속도를 컴퓨터로 조절해 통증을 줄이는 디지털 무통마취와는 접근 자체가 다른 셈입니다.

캐나다 맥길대학교 연구팀이 조직 모형과 사체로 물줄기의 움직임을 고속카메라로 촬영한 결과, 파고드는 깊이는 압력과 한 번에 쏘는 약물의 양에 비례해 커졌습니다. 쏘는 각도도 중요했습니다. 점막에 비스듬히 쏘았을 때는 사체 실험에서 바늘 주사와 똑같이 83.3%의 성공률을 보였지만 수직으로 쏘았을 때는 피가 나거나 조직이 찢어지는 경우가 80%를 넘게 나타났습니다. 이 장치의 성능은 압력과 각도를 얼마나 정밀하게 맞추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잇몸을 다루는 시술에는 바늘 못지않다
압력과 각도를 잘 맞춘 무바늘 마취는 잇몸 표면이나 그 바로 아래를 다루는 시술에서 좋은 결과를 냈습니다. 잇몸 수술이 필요한 환자 서른 명의 양쪽 잇몸에 각각 무바늘 장치와 전통 주사기를 쓴 비교 시험에서는 무바늘 쪽의 통증·불안 점수가 뚜렷하게 낮았습니다. 위턱 젖니를 뽑아야 하는 아이들의 입천장에 마취할 때도 무바늘 장치(컴포트인, Comfort-in)는 전통 주사만큼 잘 들었고 통증은 오히려 적었습니다. 뉴질랜드 오타고대학교·오클랜드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새로 만든 전동식 무바늘 장치로 위턱 이를 뽑는 시험에서는 여덟 명 중 여섯 명꼴로 충분한 마취가 됐고, 대부분의 환자가 전통 주사보다 이 장치를 더 편하게 느꼈습니다.
이 속까지 마취해야 하는 치료엔 아직 못 미친다
반면 이를 깎거나 신경 가까이까지 마취해야 하는 치료에서는 결과가 달랐습니다. 위턱 젖니를 때우는 아이들에게 무바늘 장치(매다젯 엑스엘, MadaJet®XL)를 쓴 시험에서는 통증 점수 자체는 전통 주사보다 낮았지만 열 명 중 여섯 명꼴로 마취가 부족해 다시 주사를 놓아야 했습니다. 성인의 이를 뽑는 시술에서도 장비에 따라 결과가 엇갈렸습니다. 튀르키예에서 인젝스로 발치 마취를 한 시험에서는 오히려 무바늘 쪽의 통증이 더 컸고 마취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압력을 세게 줄수록 물줄기가 더 깊이 들어간다는 원리를 그대로 적용해도 부작용이 함께 늘었습니다. 아래턱 앞니 쪽 신경을 마취하는 예비 시험에서 압력을 높인 쪽은 저릿한 감각 이상이 남는 경우가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나타났습니다. 압력을 낮춘 쪽은 이런 부작용은 사라졌지만 완전히 마취된 비율이 무바늘 60%로 바늘 70%보다 조금 낮게 나타났습니다. 압력을 낮추면 안전해지는 대신 그만큼 깊이 들어가지 못해 마취가 얕아지는 셈이라 이 속 신경까지 확실히 마취해야 하는 치료에는 아직 바늘을 완전히 대신하기 어렵습니다.
국내에서도 비급여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는 2023년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가 바늘 없는 분사식 주사를 안전성과 유효성이 있는 기술로 심의했고 2025년 8월 1일부터 치과에서도 비급여 항목으로 등재됐습니다. 평가위원회는 이 방식의 임상 효과가 바늘 주사와 비슷한 수준이며 기존 주사보다 더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이 장치는 마취 성능 자체를 높이기 위해서라기보다 바늘에 대한 공포나 통증을 줄이려는 환자를 위한 선택지로 안내되고 있습니다. 만 5세 미만 어린이에게 시행할 때는 피부가 상할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제시됐습니다.
무바늘 마취가 바꾼 것은 바늘을 찌르는 순간의 공포이지, 마취의 확실성 자체는 아닙니다. 잇몸 표면을 다루는 시술에서는 이미 바늘을 대신할 만한 결과가 쌓였고, 이 속 깊이까지 마취해야 하는 치료에서는 압력과 각도를 어떻게 맞출지가 다음 연구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