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코로나19 mRNA 백신과 같은 방식으로 만든 충치 백신이 쥐 실험에서 충치 진행을 60% 넘게 줄였습니다. 중국 허베이의과대학과 제약사 CSPC 공동연구팀은 충치를 일으키는 세균의 표면 단백질을 mRNA로 만들어 지질나노입자에 담아 팔에 한 번 주사한 뒤 코에 한 번 더 뿌리는 방식으로 접종했습니다. 그 결과 침 속 항체가 넉 달 넘게 유지됐고 세균이 이에 들러붙어 막을 만드는 것도 크게 억제됐습니다. 아직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 단계이지만 바이러스에만 검증돼 온 mRNA 백신 기술을 세균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첫 증거로 평가받습니다.

충치 백신, 왜 50년 넘게 안 나왔나

충치를 일으키는 주범은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S. mutans)라는 세균입니다. 이 세균이 치아 표면에 들러붙어 세균막(바이오필름)을 만들고 당분을 분해해 산을 내놓으면 치아 표면의 미네랄이 빠져나가면서 충치가 시작됩니다. 지금까지는 은다이아민플루오라이드를 발라 세균을 억제하거나 불소로 빠진 미네랄을 채우는 방법이 쓰여 왔지만 모두 꾸준한 도포나 칫솔질처럼 사람의 협조에 기대는 방법입니다.

백신으로 세균 정착 자체를 막으려는 시도는 1969년 처음 제안된 뒤로 반세기 넘게 이어졌습니다. 단백질이나 DNA로 만든 백신 후보가 동물실험에서 세균 정착을 최대 47%까지 줄인 사례도 있었지만 사람에게 쓸 만큼 강하고 오래가는 침 속 항체 반응을 끌어내지 못해 상용화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코로나 백신 기술을 충치균에 적용했다

연구팀이 택한 방법은 코로나19 mRNA 백신과 같습니다. 충치균이 치아 표면에 달라붙을 때 쓰는 단백질(PAc 항원)의 설계도를 mRNA로 만들어 몸속에서 분해되지 않도록 지질나노입자(LNP)라는 기름 막으로 감쌌습니다. 이 mRNA가 세포 안에 들어가면 세포가 스스로 PAc 항원을 만들어 내며 면역계가 이를 침입자로 인식해 항체를 만드는 원리입니다.

지질나노입자에 담긴 mRNA가 세포에 들어가 항원을 만들고, 이를 인식한 면역세포가 항체를 만들어 치아 표면의 세균 부착을 막는 과정을 네 단계로 나타낸 그림.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붙였습니다. PAc 항원에 사람 항체의 일부(Fc 조각)를 이어 붙인 것입니다. Fc 조각은 콧속 점막에 많은 수용체(FcRn)와 결합해 점막을 통과하는 성질이 있어 백신 항원이 콧속 면역세포에 더 잘 전달되도록 돕습니다. 접종 방식도 한 가지로 고정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팔 근육에 주사해 몸 전체의 면역 반응을 끌어올린 뒤, 2주 뒤 콧속에 뿌려 점막 면역을 추가로 자극하는 조합을 썼습니다.

팔 근육에 먼저 백신을 주사하고 2주 뒤 코에 분무액을 뿌리는 2단계 접종 방식을 나타낸 그림.

생쥐와 랫드 실험에서 확인된 수치

생쥐에게 접종한 결과, 근육주사만 반복하거나 코 분무만 반복한 경우보다 근육주사 뒤 코 분무로 마무리한 조합이 침 속 항체(분비형 면역글로불린A, sIgA)를 가장 많이, 가장 오래(4개월 넘게) 만들어 냈습니다. Fc 조각을 붙인 백신은 붙이지 않은 백신보다 이 항체를 2.6배 더 많이 만들었고 이 항체가 든 침은 충치균이 세균막을 만드는 것을 실험접시에서 뚜렷하게 억제했습니다.

충치균을 실제로 감염시킨 랫드 실험에서는 백신을 접종한 그룹이 식염수만 맞은 그룹보다 중간 단계 충치 병소가 눈에 띄게 적었고 전체 충치 점수도 유의미하게 낮았습니다. 다만 이 실험은 그룹당 4~5마리로 규모가 작으며 접종 90일째 한 시점만 살펴봤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코 분무 용량을 늘리면 항체는 더 늘었지만 체중이 줄어드는 부작용도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부작용이 없는 용량을 골라 나머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그동안 바이러스에만 검증됐던 mRNA·지질나노입자 백신 플랫폼을 세균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동물실험으로 처음 보였다는 데 있습니다. 연구팀은 사람과 면역 체계가 더 가까운 영장류 실험과 입속 세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다음 단계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사람 대상 임상시험으로 이어지려면 아직 여러 단계가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