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성인의 절반 이상이 겪는다고 알려진 치주염은 치아와 잇몸 사이 좁고 깊은 틈인 치주낭 안쪽에 세균막(바이오필름)이 쌓이면서 시작됩니다. 이 틈은 칫솔질은 물론 스케일링 기구로도 깊은 곳까지는 잘 닿지 않습니다. 중국 연구팀이 2026년 발표한 연구에서 자석으로 조종하는 지름 10마이크로미터짜리 '나노가시' 로봇을 만들어 쥐의 치주염 모델 치주낭에 주입한 뒤 세균막을 기계적으로 긁어내고 그 자리에서 소염 성분을 풀어 뼈 손실까지 줄인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시험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고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 단계입니다.

치주염은 입속에 머물지 않고 먼 장기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치주염균이 심장까지 번져 심근경색을 악화시켰다는 연구도 그중 하나로, 치주낭 속 세균막을 제대로 없애는 일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자석으로 모는 가시 돌기, 점액 장벽을 뚫고 들어간다

치주낭 안쪽은 치은연하 삼출물(치주낭에서 배어 나오는 끈끈한 진물)과 침이 끊임없이 흘러 약물을 씻어내 버립니다. 세균막 자체도 세균이 분비한 끈적한 보호 물질로 둘러싸여 있어 항생제나 소염제가 속까지 뚫고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초음파 스케일러로 긁어내거나 국소 약제를 바르는 기존 방식은 치주낭이 구부러져 있거나 깊으면 기구가 닿지 않는 자리를 남깁니다.

연구팀은 이온성 액체를 가둔 특수 젤인 '이온젤'로 소염 성분 커큐민(울금에서 추출하는 천연 소염 물질)을 감싼 지름 10마이크로미터짜리 알갱이를 만들었습니다. 표면에 철과 백금 금을 차례로 입혀 자석에 반응하도록 하고 마지막으로 금 표면에 끝이 날카로운 가시 구조를 촘촘히 길러 붙였습니다. 가시 한 개의 폭은 약 60나노미터로 로봇 표면의 거칠기를 가시가 없을 때보다 70배 가까이 높였습니다.

회전하는 자기장을 걸어주면 이 알갱이들은 구르거나 제자리에서 돌며 이동합니다. 가시가 있는 로봇은 없는 로봇보다 이동 속도가 2.6배 빨랐고 침과 비슷한 점도로 맞춘 모의 치주낭 점액을 뚫고 들어가는 깊이도 1.5배 더 깊었습니다. 잇몸 상피세포에 들러붙는 정도 역시 가시가 없는 로봇보다 2.3배 높아 침에 씻겨 나가지 않고 오래 머물렀습니다.

치아와 잇몸 사이 치주낭 안에서 가시 돋친 공 모양 로봇들이 노란 세균막을 파고드는 단면 그림
자석으로 회전시킨 나노가시 마이크로로봇이 치주낭 속 세균막을 파고드는 과정을 표현한 그림. AI 이미지

가시로 긁어내고 그 자리에서 약을 푼다

로봇 표면의 나노가시는 이동을 돕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세균막을 직접 부수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충치균(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으로 만든 세균막에 자기장을 걸어 로봇을 회전시키자 살아있는 세균 수는 74% 줄고 세균막 두께는 88% 줄었습니다. 가시가 없는 로봇보다 제거 효과가 1.6배 높았고 치주염을 일으키는 진지발리스균과 뉴클레아툼균이 만든 세균막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세균막이 걷히면 로봇 속 커큐민이 흘러나오는데 이 방출은 에탄올에 닿아야 빨라지도록 설계됐습니다. 방출된 커큐민은 진지발리스균을 약 90%, 충치균을 96%, 뉴클레아툼균을 89%까지 억제했고 활성산소를 없애는 효과도 함께 나타났습니다. 또한 염증을 키우는 M1형 대식세포(면역세포의 한 종류) 비율을 낮추고 조직 회복을 돕는 M2형 비율을 높여 세균을 죽이는 동시에 염증 반응 자체를 누그러뜨렸습니다.

쥐 실험에서 뼈 손실도 줄었지만 아직 쥐 단계다

연구팀은 쥐의 두 번째 큰어금니를 실로 묶어 치주염을 인위적으로 만든 모델에서 이 로봇을 이틀 간격으로 치주낭에 주입하고 전동 칫솔처럼 생긴 손잡이형 자석 장치로 30분씩 자기장을 걸어주는 과정을 2주 동안 반복했습니다.

흰 장갑을 낀 연구자가 전동 칫솔 모양의 자석 장치를 들고 시료를 향해 작동시키는 모습
손잡이형 자석 컨트롤러로 미세 로봇을 조종하는 실험 장면을 재현한 사진. AI 이미지

치료가 끝난 뒤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턱뼈를 살펴보니 뼈 부피와 뼈 기둥(치밀하게 선 뼈 구조) 수가 늘고 뼈 사이 간격은 줄어 치주염으로 녹아내리던 뼈 손실이 억제된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잇몸 조직 속 세균 구성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치주염 상태에서 흔히 늘어나는 세균 비율이 줄고 전체 균형이 회복되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로봇에 쓰인 철과 금 성분은 치료 뒤 6시간 안에 잇몸과 침에서 잠깐 늘었다가 24시간 안에 원래 수준으로 돌아왔고 심장과 간, 콩팥 등 주요 장기에서는 쌓인 흔적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번 결과는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 한 편에서 나온 것이고 로봇이 뚫고 들어간 점액 장벽도 실제 치주낭 진물이 아니라 점도만 비슷하게 맞춘 모의 물질이었습니다. 연구팀도 로봇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영상 장치와 더 큰 동물을 이용한 검증이 남아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도 이번 연구는 자석으로 조종하는 미세 로봇이 치주낭 깊은 곳까지 들어가 세균막을 직접 부수고 그 자리에서 약을 푸는 과정을 쥐의 몸 안에서 처음으로 보여준 결과로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