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주염을 일으키는 잇몸 속 세균이 뇌까지 건너가 알츠하이머병의 특징인 단백질을 늘리는 경로가 쥐 실험으로 확인됐습니다. 전 세계에서 5000만 명 넘게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알츠하이머병은 그동안 치주염과 자주 함께 나타난다는 보고가 많았지만 둘을 잇는 구체적인 경로는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중국 다롄의과대학 연구팀이 2025년 발표한 연구에서 치주염균이 뇌의 방어벽을 뚫고 들어가 면역 반응을 일으키고 그 결과로 독성 단백질이 쌓이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혀냈습니다.

잇몸균이 혈뇌장벽을 넘었다

연구팀은 쥐의 어금니 사이에 실을 묶어 치주염을 인위적으로 만들고 치주염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세균인 포르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이하 Pg)를 16주 동안 반복해서 감염시켰습니다. 그 결과 쥐의 치조골(이를 둘러싼 턱뼈) 부피는 건강한 쥐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염증 세포도 몰려들어 치주염 모델이 만들어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쥐들의 뇌를 분석하자 뇌로 들어가는 물질을 걸러내는 혈뇌장벽의 투과성이 높아져 있었고 Pg의 유전자가 뇌 조직에서 직접 검출됐습니다. 잇몸에서 시작한 감염이 혈류를 타고 실제로 뇌까지 이동했다는 뜻입니다. 잇몸 세균이 손상된 혈관을 타고 심장까지 가 염증을 일으킨다는 연구는 앞서 다룬 적이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심장이 아니라 뇌로 가는 경로를 추적했습니다.

치아와 잇몸에서 시작해 혈관을 타고 뇌로 이어지는 경로와 뇌 속 별 모양 면역세포를 표현한 두부 단면 그림
잇몸에서 시작한 염증이 혈관을 타고 뇌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나타낸 그림. AI 이미지

면역 스위치가 켜지자 독성 단백질이 쌓였다

뇌에 들어온 Pg는 뇌의 면역을 담당하는 별세포와 미세아교세포(글리아세포)를 자극했습니다. 이 세포들은 세균에 반응해 분비하는 신호물질인 인터페론을 늘렸고 그에 따라 면역 단백질 IFITM3의 발현도 함께 올라갔습니다. IFITM3는 아밀로이드-베타(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 쌓이는 독성 단백질)를 만드는 효소인 감마세크리타제의 활성을 높이는 단백질로 최근에야 밝혀졌습니다.

실제로 Pg에 감염된 쥐의 뇌에서는 아밀로이드-베타가 쌓인 부위가 더 많이 관찰됐고 기억력을 재는 수중미로시험에서도 성적이 떨어졌습니다. 이미 알츠하이머병을 앓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쥐(APP/PS1 모델)에서는 같은 감염이 증상을 더 악화시켰습니다. 건강한 쥐에서도 치주염만으로 인지기능 저하가 나타났다는 점은 잇몸 염증 자체가 뇌에 독립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다른 연구에서는 치주염이 장 속 미생물 균형을 흐트러뜨려 알츠하이머 모델 쥐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또 다른 경로도 보고됐습니다. 뇌로 가는 경로가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닌 셈입니다.

사람 뇌에서도 이미 발견됐지만 치료제는 아직이다

Pg와 그 독소인 진지페인이 알츠하이머병으로 사망한 환자의 뇌에서 검출되고 그 수치가 신경 손상 정도와 관련 있다는 사실은 2019년 연구에서 이미 보고됐습니다. 같은 연구는 쥐에게 Pg를 감염시키면 뇌에 세균이 자리 잡고 아밀로이드-베타 생산이 늘지만 세균의 독소를 막는 억제제를 쓰면 이 반응이 줄어든다는 것도 함께 보였습니다. 이번 다롄의과대학 연구는 그 경로 중간에 있던 IFITM3라는 구체적인 단백질을 찾아낸 것입니다.

다만 사람의 뇌는 쥐보다 복잡하고 이번 모델은 실을 묶어 인위적으로 만든 치주염이라 실제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진행 양상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치료 쪽 성과도 아직 엇갈립니다. Pg의 독소를 막는 억제제인 아투자긴스타트(COR388)는 사람 대상 임상시험에서 전체 효과를 입증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Pg 감염이 확인된 환자군에서는 일부 개선이 나타났고 다음 세대 억제제의 임상시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치주염 관리가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거나 늦출 수 있는지는 아직 사람에게서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번 연구는 잇몸 건강과 뇌 건강이 생각보다 더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흰 가운을 입은 연구자가 장갑을 낀 손으로 조직 표본을 현미경에 올려 관찰하는 모습
실험동물의 뇌 조직 표본을 현미경으로 분석하는 연구실 장면을 담은 사진. AI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