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 표면에 하얗게 번진 반점이나 이 사이에 숨은 초기 충치는 더 이상 꼭 깎아내지 않습니다. 저점성 레진을 병소 속으로 흘려 넣어 막는 레진 침투치료(상품명 아이콘, ICON)가 그 자리를 대신해 왔습니다. 다만 이 치료는 한 가지 약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치료한 자리가 엑스레이에서도 여전히 충치처럼 어둡게 남아 사진만으로는 병이 멈췄는지 더 진행됐는지 가려내기 어려웠습니다. 최근 영국 런던퀸메리대 연구팀이 불소를 내보내는 유리 성분을 섞어 엑스레이에서 치아 법랑질보다 더 뚜렷하게 비치는 레진을 만들어 실험실에서 그 성능을 확인했습니다.

치아를 깎지 않고 충치를 멈추는 법

레진 침투치료는 표면에 아직 구멍이 나지 않은 병소, 그러니까 치아 겉은 멀쩡하지만 그 밑 법랑질에서 미네랄이 빠져나가 작은 틈이 촘촘히 생긴 상태에 씁니다. 교정 장치를 뗀 자리에 남는 백색반점이나 이 사이에 숨어 눈으로 보기 힘든 인접면 초기 충치가 대표적인 대상입니다. 앞선 글이 백색반점을 재광화제로 되돌리는 시도를 다뤘다면 이번 연구는 레진으로 틈을 막는 치료 자체의 기술적 약점을 고친 사례입니다. 시술은 산으로 표면을 살짝 부식시켜 입구를 열고 그 틈으로 레진을 흘려 넣은 뒤 빛을 쬐어 굳히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레진이 틈을 메우면 빛이 반사되는 방식이 바뀌어 하얗게 보이던 반점이 주변 치아와 비슷한 투명도로 돌아오고 세균과 산이 드나들던 통로도 막힙니다. 독일 베를린 샤리테대 연구팀이 7년 동안 추적한 임상시험에서 이 치료를 받은 병소는 9%만 진행됐지만 손대지 않고 지켜본 병소는 45%가 진행돼 진행 위험을 80% 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보다 앞서 나온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도 레진 침투치료가 초기 충치의 진행을 억제한다는 같은 결론이 되풀이됐습니다.

치아 단면 그림에서 법랑질 속 작은 구멍들로 투명한 레진이 흘러 들어가 채워지는 모습
치아 단면에서 레진이 초기 충치의 미세한 틈 속으로 흘러 들어가 채우는 과정을 설명하는 그림. AI 이미지

치료한 자리인지, 충치가 남은 자리인지 엑스레이로는 몰랐다

문제는 치료 뒤를 쫓아보는 과정에 있었습니다. 충치는 미네랄이 빠져나간 만큼 엑스레이에서 어둡게 보입니다. 방사선이 그만큼 잘 통과한다는 뜻입니다. 레진 침투치료로 그 틈을 메워도 지금까지 쓰인 레진은 치아 광물보다 엑스선을 적게 막아 사진에서는 치료 전과 비슷한 그림자로 남았습니다. 연구팀은 이 때문에 정기검진에서 찍는 엑스레이만으로는 레진이 안정적으로 채워진 자리와 아직 충치가 진행 중인 자리를 가려내기 어려웠다는 점을 개발 배경으로 들었습니다. 눈으로 직접 보기 힘들어 추적을 엑스레이에 크게 의존하는 인접면 병소일수록 이 약점이 더 크게 작용합니다.

법랑질보다 더 뚜렷하게 비치는 레진

연구팀은 기존 레진(아이콘)에 불소를 담은 생체활성유리 가루를 30% 섞어 새 레진을 만들었습니다. 이 유리는 침 속에서 칼슘과 불소 이온을 내놓으며 서서히 녹는 성분으로 다른 치과 충전재에도 쓰여 온 재료입니다. 인공으로 만든 초기 충치 모형에 새 레진을 흘려 넣고 엑스선으로 비춰보니 알루미늄 3.2밀리미터와 같은 두께로 엑스선을 막아 비교 대상인 치아 법랑질(2.0밀리미터)보다 더 뚜렷하게 비쳤습니다. 빛으로 굳는 정도(전환율)도 84.9%로 기존 아이콘의 74%보다 높아 레진 자체가 더 단단하게 굳었습니다. 23주 동안 산성 환경에 담가 두자 중성 환경보다 칼슘과 불소 이온을 더 많이 내놓았고 표면에는 치아 광물과 같은 성분인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 결정이 새로 생긴 것이 전자현미경과 엑스선 회절 분석으로 확인됐습니다. 충치가 진행하기 쉬운 산성 환경에서 오히려 이온을 더 활발히 내보내며 표면을 다시 단단하게 만든다는 뜻입니다.

엑스레이 이미지 두 장을 나란히 놓은 그림에서 왼쪽 치아의 채움 자리는 어둡고 오른쪽 치아의 채움 자리는 하얗게 밝다
같은 치아를 찍은 엑스레이에서 기존 레진으로 채운 자리는 어둡게 남고 새 레진으로 채운 자리는 뚜렷하게 밝은 모습을 나란히 비교하는 그림. AI 이미지

아직 치아 모형 안에서 확인한 결과

이번 결과는 사람 치아가 아니라 실험실에서 인공으로 만든 초기 충치 모형에서 나왔습니다. 침과 세균, 씹는 힘까지 더해진 입속 환경에서도 같은 성능이 나올지, 실제 환자의 엑스레이에서 치료 전후가 얼마나 또렷하게 구분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번 연구는 치아를 깎지 않고 충치를 멈추는 치료가 그동안 뒤따르는 추적 검사와 맞물리지 못했던 약점 하나를 실험실 단계에서 메운 결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