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치료(근관치료) 중 근관 안에서 돌리던 파일이 부러지는 사고는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 합병증입니다. 최근 인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공동 연구팀은 파일 표면과 근관 안쪽을 2도까지 식혀 가며 회전시키는 '냉각 기구조작법(cryo-instrumentation)'을 제안했습니다. 실험실 검증 결과 이 방법은 파일이 부러지기까지 버티는 회전 수를 기존보다 약 53% 늘렸고, 휘어진 근관에서도 원래 형태를 더 정확히 따라갔습니다. 치아를 깎아내는 절삭 능력은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파일이 부러지면 무슨 일이 생기나
파일 파절(기구 파절)은 근관치료에서 치료 결과를 위협하는 대표적인 합병증으로 꼽힙니다. 회전하는 파일이 좁고 휘어진 근관 속에서 반복적으로 휘었다 펴지기를 반복하면(반복피로) 금속에 미세한 균열이 쌓이고 여기에 회전하며 걸리는 비틀림이 더해지면 결국 파일 끝부분이 부러져 근관 안에 남습니다. 중국 여러 치과대학이 함께 낸 전문가 합의문은 이렇게 남은 파일을 빼내는 과정에서 치아에 구멍이 나거나(천공) 치아 뿌리가 부러질 위험이 있고 끝내 빼내지 못하면 치료 성공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이 문제를 줄이려는 시도는 치과 재료의 역사와 함께 있었습니다. 예전에 손으로 돌려 쓰던 스테인리스 스틸 파일은 니켈타이타늄(NiTi) 합금으로 만든 회전식 파일로 바뀌며 유연성과 속도를 얻었고 이후에는 열처리로 금속 결정 구조를 바꾼 '컨트롤드 메모리(CM)' 파일이 나와 유연성을 한 번 더 높였습니다. 찾기 어려운 신경관을 찾아내는 가이드·내비게이션 기술이 근관을 '찾는' 문제를 다뤘다면, 파일 파절은 근관을 찾은 뒤에도 남는 '부러지지 않게 다루는' 문제입니다.
온도에 따라 성격이 바뀌는 금속
니켈타이타늄 합금은 온도에 따라 두 결정 구조를 오갑니다. 온도가 낮을 때 우세한 마텐자이트(martensite) 상태는 더 유연하고 반복피로에 강하며, 온도가 오르면 우세해지는 오스테나이트(austenite) 상태는 더 뻣뻣하고 반복피로에 약합니다. 컨트롤드 메모리 파일은 마텐자이트 비율을 높여 만들어졌지만 체온(37도)에서 쓰면 오스테나이트 쪽으로 기울어 그 장점이 줄어듭니다.
도쿄의과치과대학 연구팀이 열처리한 파일 다섯 종과 열처리하지 않은 파일 한 종을 비교한 결과, 상온(25도)에서는 열처리한 파일들이 확실히 더 오래 버텼지만 체온(37도)으로 올리자 그 차이가 좁아졌고 몇몇 파일은 열처리하지 않은 파일과 다를 바가 없어졌습니다. 2017년 미국 연구에서도 파일 세 종을 3도·22도·37도·60도의 물에 담가 돌려본 결과 대체로 온도가 오를수록 부러지기까지 버티는 회전 수가 줄었습니다.
차갑게 식혀서 근관을 다듬다
이번 연구팀은 열처리 파일인 하이플렉스 CM(HyFlex CM, 콜텐 웨일덴트)을 같은 회사의 냉각 스프레이 엔도프로스트(Endo-Frost)로 표면을 식히고 근관 안쪽도 2도로 맞춘 생리식염수로 씻어 가며 사용했습니다. 이를 체온과 같은 37도 조건에서 쓴 파일과 비교했으며, 두 조건 모두 휘어진 각도가 20도를 넘는 사람 치아 뿌리관과 이를 본뜬 투명 레진 모형에서 실험했습니다.
파일이 부러지기까지 버틴 평균 회전 수는 체온 조건에서 1025회였던 데 비해 냉각 조건에서는 1572회로, 약 53% 늘었습니다. 치아를 깎아낸 정도는 사전·사후 3차원 엑스레이(CBCT) 촬영으로 측정했는데, 두 조건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없어 절삭 능력은 그대로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근관의 휘어진 형태를 얼마나 따라가는지 보는 지표에서는 근관 입구 쪽은 차이가 없었지만 중간과 끝부분에서는 냉각 조건이 뚜렷하게 더 나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체온 조건의 뻣뻣해진 파일이 굴곡의 한쪽을 깎아내며 통로를 곧게 펴 버리는 경향이 있었던 반면, 냉각 조건의 더 유연해진 파일은 원래 굴곡을 그대로 따라간 것으로 풀이됩니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
이 결과는 한 연구팀이 실험실에서 파일 한 종으로 얻은 것으로, 다른 기관이나 다른 파일 브랜드에서도 같이 나오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사람 입 안 근관 속 온도를 시술 내내 2도로 유지하는 것도 실제로는 쉽지 않습니다. 연구팀은 찬 관류액을 넣은 뒤에도 10초 정도는 낮은 온도가 유지된다는 앞선 관찰을 근거로, 파일을 짧게 끊어 쓰며 찬 관류액을 반복해 넣으면 그 효과를 어느 정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았지만 이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가설입니다. 진료실에서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늘어나는지도 다음 연구가 답해야 할 몫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온도가 파일의 내구성을 바꾼다는 사실을 실제로 시도해 볼 수 있는 시술 절차로 옮겨 본 첫 시도라는 점에서, 파일 파절이라는 근관치료의 오래된 문제에 온도 조절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더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