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으로 충치를 때운 자리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썩는 경우가 있습니다. 충전물 자체가 깨지는 것이 아니라 치아와 레진을 이어 붙인 접착층이 먼저 약해지고 그 틈으로 세균이 파고들기 때문입니다. 중국 지린대 연구팀이 상아질과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성분과 은나노입자를 함께 넣어 접착력과 항균력을 동시에 노린 치과용 접착제를 만들고 그 효과를 실험실에서 확인한 연구를 최근 발표했습니다.
접착층이 먼저 무너진다
이차 충치는 충전물을 다시 치료하는 가장 흔한 이유로 꼽힙니다. 여러 나라의 진료 기록을 모은 조사에서는 다시 치료한 충전물 가운데 최대 59%가 이차 충치 때문이었습니다. 치아를 갈아낸 뒤 레진을 붙이는 접착제는 상아질의 미네랄을 산으로 녹이고 그 자리에 드러난 콜라겐 섬유 사이로 레진을 스며들게 해 '하이브리드층'이라는 접착 경계를 만듭니다. 문제는 이 경계가 시간이 지나며 약해진다는 점입니다. 레진이 다 채우지 못한 빈틈에 물이 남고 치아 자체에 있는 콜라겐 분해 효소(MMP)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드러난 콜라겐이 삭습니다. 그 틈으로 세균이 들어가 자리를 잡으면 이차 충치로 이어집니다. 치과 접착제는 산부식 후 헹구는 방식에서 산과 프라이머를 함께 바르는 방식을 거쳐 최근의 유니버설 본딩까지 발전해 왔지만 하이브리드층이 약해지는 문제 자체는 여전히 남아 있는 과제로 꼽힙니다.

콜라겐과 결합하고 세균을 죽이는 성분을 더했다
연구팀은 이 접착제에 두 가지 기능을 더했습니다. 하나는 '4-포밀페닐아크릴레이트(FA)'라는 성분으로, 상아질의 콜라겐과 직접 화학결합을 이뤄 접착 경계를 화학적으로 더 단단하게 묶습니다. 같은 연구실에서 앞서 발표한 비슷한 구조의 가교 성분도 콜라겐과 결합해 분해 효소의 공격을 줄이는 방식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접착제 안에서 직접 합성한 은나노입자입니다. 은나노입자를 치과 재료에 넣는 시도는 어금니 홈을 메워 충치를 예방하는 치면열구전색제(실란트)에서도 있었습니다. 그쪽이 아직 썩지 않은 치아 표면을 미리 막는 예방 재료라면, 이번 연구는 이미 충치를 치료하고 채운 자리의 접착제에 은나노입자를 넣었다는 점이 다릅니다. 두 성분을 한 접착제에 합쳐 접착력과 항균력을 함께 잡으려 한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입니다.

접착 강도와 항균력, 실험실에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접착제를 발라 붙인 치아 시편으로 접착 강도를 갓 붙였을 때와 인공적으로 노화시킨 뒤로 나눠 측정했습니다. 새 접착제를 쓴 쪽은 두 시점 모두에서 일반 접착제보다 접착 강도가 높았고 접착면 사이로 물이 스며드는 미세누출도 적었습니다. 충치를 일으키는 대표적 세균인 뮤탄스연쇄상구균을 접착면에 배양했을 때는 세균막(바이오필름)의 대사 활동과 살아남은 균의 수가 뚜렷하게 줄었고 콜라겐 분해 효소의 활성도 억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이 결과는 모두 실험실의 치아 시편과 배양 세균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사람 입 안에서 실제로 오래 버티는지를 확인한 임상시험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같은 문제를 겨냥한 다른 시도들
접착 경계가 약해지는 문제를 풀려는 시도는 이번 연구 말고도 여럿입니다. 홍합의 접착 단백질에서 착안해 아연과 폴리도파민을 접착제에 섞은 연구는 노화시킨 접착 강도가 기존 접착제의 1.9배까지 높아졌다고 보고했으며 생체활성유리 입자를 섞어 접착 경계에서 스스로 미네랄이 다시 쌓이게 하는 접근도 나왔습니다. 저마다 물질은 다르지만 물이 남는 빈틈을 줄이고 콜라겐을 보호하며 세균을 막는다는 목표는 같습니다. 이번 연구는 그중에서도 화학결합과 항균, 효소 억제를 한 접착제 안에서 동시에 구현했다는 점에서 다기능 접착제 개발의 최근 흐름을 보여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