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 신경(치수)이 겉으로 드러났을 때 지금까지 치과에서 쓰는 재료는 그 자리를 막고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역할에 그쳤습니다. 최근 중국 우한대학교와 일본 오사카대학교 연구팀이 각각 내놓은 연구는 이 재료에 세균을 억제하고 염증까지 가라앉히는 기능을 더했습니다. 특정 금속 이온을 서서히 내보내는 생체활성유리(인체 조직과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유리 소재)를 이용한 방식으로, 아직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 단계이지만 치수를 살리는 재료가 가는 방향을 보여줍니다.

지금까지 재료는 구멍을 막고 기다렸다

이 재료가 쓰이는 곳은 생활치수치료입니다. 충치나 외상으로 치수가 겉으로 드러났지만 아직 살아 있을 때 신경을 전부 제거하지 않고 남은 치수를 보존하려는 치료입니다. 노출된 자리에 재료를 얹어 세균의 추가 침입을 막고 그 밑에서 상아질이 다시 만들어지도록 유도합니다.

산소와 포도당을 오래 내보내는 소재로 치수 재생을 시도한 연구가 다룬 재생 근관치료는 이미 신경이 죽은 치아 안에 새 조직을 만드는 치료였습니다. 생활치수치료는 이와 달리 아직 살아 있는 치수를 그대로 지키는 치료여서 재료가 만나는 조직의 상태 자체가 다릅니다.

지금까지 이 자리에 쓰인 재료는 수산화칼슘, MTA, 바이오덴틴 세 가지로 좁혀져 있습니다. 최근 나온 임상연구 종합 결과를 보면 성공률 격차가 뚜렷합니다. 수산화칼슘은 연구마다 37.5%에서 99.8%까지 결과가 크게 갈린 반면 MTA는 80~100%, 바이오덴틴은 대부분 90%를 넘는 성공률을 보였습니다. 다만 이 세 재료 모두 상아질이 다시 만들어지도록 화학적 자극을 주는 데서 역할이 끝납니다. 세균 감염을 직접 억제하거나 염증 반응을 가라앉히는 기능은 없었습니다.

기존 재료는 노출된 치수 위에 단순한 재료로 구멍을 막지만, 이온 방출 생체활성유리는 세균 억제·염증 완화·상아질 재생 신호를 함께 퍼뜨리는 모습을 비교한 치아 단면도

이온을 순서대로 내보내 세균과 염증을 함께 잡는다

우한대학교 연구팀은 갈륨을 첨가한 생체활성유리 나노입자를 만들었습니다. 미세한 구멍이 많아 갈륨 이온을 오래도록 흘려보내는 구조입니다. 이 이온은 근관 감염을 일으키는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고 세포 안의 활성산소를 줄이며 염증을 키우는 NF-κB 신호전달경로를 억제하는 동시에 염증을 가라앉히는 NRF2-HO-1 경로를 활성화시켰습니다. 생쥐의 치수를 노출시킨 뒤 이 재료를 덮은 실험에서는 치수가 살아 있는 상태로 유지됐고 염증은 줄었으며 상아모세포(상아질을 만드는 세포)로의 분화가 촉진돼 회복성 상아질이 새로 만들어졌습니다.

오사카대학교 연구팀은 리튬과 스트론튬 두 가지 이온을 시차를 두고 내보내는 생체활성유리를 만들었습니다. 리튬 이온이 먼저 빠르게 나와 염증으로 상한 치수줄기세포의 증식 능력을 되살리고 염증 표지자 발현을 억제한 다음 스트론튬 이온이 천천히 나오면서 상아모세포로의 분화를 이끄는 순서입니다. 쥐의 치수염 모델에서는 재료를 덮은 지 3일 만에 치수 괴사를 막았고 28일째에는 회복성 상아질 형성이 확인됐습니다.

두 재료의 공통점은 재료를 단순히 덮어 두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방출되는 이온 하나하나에 항균·항염·재생이라는 서로 다른 역할을 나눠 맡긴다는 데 있습니다.

생체활성유리에서 이온이 방출돼 세균 억제와 염증 완화를 거쳐 상아질 재생으로 이어지는 세 단계를 나타낸 순서도

아직 쥐와 생쥐 실험 단계다

두 연구 모두 사람이 아니라 생쥐와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사람의 치수는 실험동물보다 크고 치유 속도도 달라 같은 효과가 그대로 이어질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더구나 지금 쓰이는 MTA와 바이오덴틴은 이미 임상시험에서 80% 이상의 성공률을 확인한 재료들이라, 새 재료가 실제 치과 진료실에 들어오려면 이 기준을 넘어서는 사람 대상 임상 결과를 쌓아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두 연구가 비슷한 시기에 서로 다른 나라에서 독립적으로 나왔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치수복조재료가 상아질 재생을 유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감염과 염증까지 능동적으로 조절하는 쪽으로 방향을 옮기고 있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