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캐나다 프로 아이스하키 리그인 내셔널하키리그(NHL)에서는 경기 중 선수의 앞니가 부러지면 벤치 옆 진료실에서 곧바로 신경치료까지 마치고 다시 경기에 내보내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AP 통신에 따르면 지난 2월 이탈리아 밀라노 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남자부 결승에서 미국 대표 잭 휴스가 캐나다 선수의 스틱에 입을 맞아 앞니와 그 조각이 빙판에 흩어지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휴스는 그대로 경기를 이어갔고 연장전에서 결승골까지 넣어 미국에 1980년 이후 첫 남자 아이스하키 금메달을 안겼습니다. 이가 빠진 채 활짝 웃는 그의 사진은 이 종목에서 이빨이 빠지는 것이 흠이 아니라 오히려 훈장처럼 여겨진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결승전에서 사라진 앞니, 알고 보니 재진이었다

휴스의 부러진 이를 알아본 사람은 따로 있었습니다. 그의 소속팀 뉴저지 데블스의 전담 치과의사 제이슨 셰피스는 텔레비전으로 경기를 보다가 그 이를 곧바로 알아챘습니다. 몇 년 전 플레이오프에서 휴스가 스틱에 맞아 이가 부러졌을 때 그가 직접 신경치료로 살려 놓은 치아였기 때문입니다. 셰피스는 "우리가 신경치료를 해서 고쳐 놓은 이였다"고 말했습니다.

NHL에서는 이런 일이 낯설지 않습니다. 2019년 플레이오프에서는 조 파벨스키가 퍽에 턱을 맞고도 그 경기에서 득점했고 키스 얀들은 이 아홉 개를 잃고도 168경기를 연속으로 뛰었습니다.

경기마다 대기하는 팀 전담 치과의사

NHL 30개 구단은 모두 전담 치과의사를 두고 있고 이들은 팀 주치의와 함께 홈경기든 원정경기든 모든 경기에 동행합니다.

아이스하키 경기장 벤치 옆 테이블 위에 거울과 겸자, 거즈, 마취 주사기가 든 치과 진료 가방이 열려 있는 모습
아이스하키 경기장 벤치 인근에 마련된 응급 치과 진료 가방을 보여주는 사진. AI 이미지

워싱턴 캐피털스의 치과의사 톰 렌즈는 "돌아가서 살펴보기 전에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언제든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부러진 치아 하나로 끝날 때도 있지만 턱뼈 골절로 이어질 때도 있습니다.

이들이 하는 일은 일반 치과 진료와는 다릅니다. 셰피스는 2023년 플레이오프에서 휴스가 또다시 스틱에 맞아 이가 부러졌을 때를 이렇게 전했습니다. "신경이 다 드러나 있었고 얼음이 차가워서 선수는 숨을 제대로 못 쉬는 상태였습니다. 1피리어드가 끝나자마자 그 자리에서 마취를 하고 신경치료를 했습니다." 2024년에는 셰피스가 코너 베드나드의 부상을 살펴본 뒤 턱뼈 골절로 진단해 결장을 결정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알렉산더 오베친은 2007년 스틱에 맞아 앞니를 잃자 담당 치과의사가 하루 만에 임시 임플란트를 만들어 끼워 줬습니다. 이후 그 임플란트를 잃어버리고는 빈 자리를 그대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삼았고 마흔 살이 된 지금까지도 NHL 최다 득점 기록을 갈아치우며 뛰고 있습니다.

안면 보호대는 의무, 마우스가드는 아직 선택

NHL은 신규 선수부터 얼굴을 가리는 안면 보호대(바이저) 착용을 의무화했습니다. 그 규정이 생기기 전부터 뛰던 선수 일부만 예외로 남아 있습니다. 렌즈는 바이저가 의무화된 뒤로 얼굴 부상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와 잇몸을 직접 보호하는 마우스가드는 여전히 선수 개인의 선택입니다.

스틱에 맞아 금이 가는 맨 앞니와 마우스가드가 충격을 흡수해 주는 앞니를 나란히 보여주는 단면 그림
마우스가드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와 착용했을 때 스틱 충격이 앞니에 전달되는 정도를 비교한 그림. AI 이미지

데블스의 브렌던 딜런은 어릴 때 하키를 하다 세 번이나 교정치료를 받은 뒤로 마우스가드를 꼈지만 마이너리그에서는 벗고 뛰다가 데뷔 첫 몸싸움에서 맞은 뒤로 다시 챙겨 쓰기 시작했습니다. 개인 맞춤 마우스가드를 인상 없이 구강스캐너로 뜨는 방식이 최근 연구되고 있지만 아직 손으로 뜬 것만큼 맞지는 않는다는 결과도 나와 있습니다.

한국에는 NHL처럼 경기마다 팀 전담 치과의사가 상주하는 체계는 없습니다. 다만 대한체육회가 지난 4월 미니쉬치과병원과 협약을 맺어 국가대표 선수에게 코디네이터를 배정하고 훈련·경기 중 생기는 치아 손상에 대응하는 진료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대한스포츠치의학회도 진천선수촌 치과진료실에서 구강검진과 마우스가드 제작을 지원합니다. 국내 아이스하키는 마우스피스가 권장 사항일 뿐 넥가드만 의무로 정해져 있어 안면 보호대까지 의무화한 NHL과는 차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