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놀다가 완전히 빠진 아이의 앞니(영구치)를 급히 병원에 가서 다시 심었습니다. 그런데 치과마다 신경치료가 꼭 필요하다고 말하는 곳도 있고 일단 지켜보자고 하는 곳도 있어서 어느 쪽이 맞는지 헷갈립니다. 아직 성장기라 치아 뿌리가 다 자라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데 그것과 관련이 있는 걸까요?

짧은 답변

네, 관련이 있습니다. 빠진 치아를 다시 심은 뒤 신경치료가 필요한 시점은 그 치아의 뿌리 끝이 얼마나 자랐는지, 그리고 이후 검진에서 감염 징후가 보이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뿌리 끝이 이미 다 닫힌 치아는 신경이 스스로 되살아나기 어려워 비교적 이른 시기에 신경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뿌리 끝이 아직 넓게 열려 있는 성장기 치아는 혈관이 다시 자라 들어와 신경 조직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어, 먼저 소독하고 지켜본 뒤 신경치료 여부를 정하기도 합니다. 같은 '빠진 치아를 다시 심는' 상황이라도 치아의 발육 단계와 경과 관찰 결과에 따라 치과마다 설명이 다르게 들릴 수 있습니다.

왜 그런가요?

치아가 빠지면 신경도 함께 다치는 이유

치아가 치조골(치아가 박혀 있는 턱뼈)에서 통째로 빠져나오면, 치아를 뼈에 붙잡아 주던 치주인대(치아와 뼈 사이의 얇은 섬유조직)가 찢어지면서 치아 속 신경 조직인 치수도 함께 손상됩니다. 치수는 혈류가 끊기면 대부분 스스로 되살아나지 못하고 죽는데, 이 상태를 치수괴사라고 합니다. 신경이 다시 살아나려면 뿌리 끝의 작은 구멍(근단공)을 통해 혈관이 새로 자라 들어와야 하는데, 이 구멍이 좁으면 혈관이 들어갈 통로가 없어 신경 회복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뿌리 발육이 끝나 근단공이 좁게 닫힌 치아는 재식 후 신경이 되살아나기 어렵다는 것을 전제로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뿌리 끝이 좁게 닫힌 치아와 넓게 열려 있는 치아의 단면을 나란히 비교한 그림
뿌리 끝이 좁게 닫힌 치아(왼쪽)와 아직 넓게 열려 있는 치아(오른쪽)의 단면 비교. 그림. AI 이미지

뿌리 끝이 이미 닫힌 치아: 이른 시기에 신경치료를 시작하는 이유

뿌리 발육이 끝난 치아를 짧은 시간 안에 다시 심어 치주인대가 살아있는 상태로 자리 잡으면 2주 동안 유연한 장치로 옆 치아에 고정합니다. 신경치료는 이 고정 기간 중 치아를 다시 심은 지 7~10일이 지난 시점부터 시작합니다. 신경이 죽은 채로 오래 방치되면 근관 안에 남은 세균과 괴사한 조직이 뿌리 표면의 염증을 키워 뿌리가 빠르게 녹아 없어지는 염증성 치근외흡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증상이 뚜렷해지기를 기다리지 않고 미리 근관을 소독해 감염을 차단하는 것이 이 시기에 신경치료를 시작하는 이유입니다.

뿌리 끝이 아직 열려 있는 치아: 재혈관화를 먼저 기대해 보는 이유

아직 자라는 중인 어린이의 영구치는 뿌리 끝 구멍이 넓게 열려 있어서 그 구멍을 통해 치주인대 쪽 혈관이 치아 속으로 다시 자라 들어올 여지가 있습니다. 이렇게 신경 조직이 되살아나는 과정을 재혈관화라고 부릅니다. 재혈관화가 이루어지면 뿌리가 계속 자라나 길이와 두께가 늘어날 수 있어, 뿌리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치아라면 신경치료보다 재혈관화를 먼저 시도해 볼 이유가 있습니다. 이런 치아는 재식하기 전에 세균 감염을 억제하는 항생제 용액에 뿌리 표면을 짧게 담가 소독한 뒤 심기도 합니다. 다만 재혈관화는 뿌리 끝 주변에 이미 염증이 퍼지고 신경이 죽은 상태에서 시도하는 치료라, 몇 개월이 지나도 재생의 징후가 뚜렷하지 않으면 뿌리 끝을 인공적으로 막아주는 치료로 넘어갑니다.

감염 징후를 지켜보며 치료 계획을 조정하는 이유

재식한 치아는 한 번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2주, 4주, 3개월, 6개월 단위로, 이후에는 매년 5년에 걸쳐 오랫동안 경과를 관찰합니다. 이 과정에서 통증이나 흔들림 같은 증상, 방사선 사진에 나타난 뿌리 주변 뼈의 변화를 확인해 감염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판단합니다. 감염이 확인되면 그 시점에 바로 신경치료를 시작해 근관 안의 세균을 제거하고 흡수를 억제하기 위해 약제를 오래 채워 넣기도 합니다. 반대로 감염 징후 없이 재혈관화가 잘 진행되고 있다면 신경치료를 미루고 계속 지켜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같은 재식 치아라도 관찰 시점의 상태에 따라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어, 치과마다 다른 시점에 다른 말을 들은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