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아이가 놀다가 앞니(젖니)를 부딪혔는데, 며칠이 지나자 그 치아의 색이 거무스름하게 변했습니다. 겉보기에 아이가 특별히 아파하지는 않아서 그냥 지켜봐도 되는지, 아니면 이 변색이 그 밑에서 자라고 있는 영구치에도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짧은 답변
젖니가 부딪힌 뒤 색이 어두워지는 것은 치아 속 신경과 혈관 조직인 치수에서 출혈이 일어나 생기는 흔한 반응입니다. 색이 변했다고 해서 신경이 죽었다고 바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젖니에 가해진 충격은 그 밑에서 자라고 있는 영구치의 싹인 치배에도 함께 전달될 수 있어서, 변색이 보이면 젖니 자체의 경과와 함께 치배 쪽도 치과에서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왜 그런가요?
색이 변하는 이유
외상을 입으면 치수 속 작은 혈관이 터지면서 적혈구가 깨지고 그 안의 색소가 치아 속 미세한 관(상아세관)에 쌓입니다. 이 반응을 내출혈이라고 부르며 보통 외상 2~3주 뒤 치아가 암적색이나 핑크빛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변색은 어느 정도 가역적이어서 몇 주가 지나면 원래 색으로 돌아오기도 하지만 색소가 그대로 고착되면 영구적인 변색으로 남거나 신경이 죽어가는 초기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색이 어두워지는 원인은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치아가 노란빛이나 불투명한 색을 띠며 점차 짙어진다면 신경이 완전히 죽지는 않은 상태에서 치수강 안쪽으로 상아질이 과도하게 쌓이는 반응(석회화 변성)에 더 가깝습니다. 반면 치아가 광택을 잃고 회색이나 흑갈색으로 변했다면 신경이 실제로 죽은 치수괴사 쪽에 더 가깝습니다. 어느 쪽이든 색이나 사진 한 장만으로 확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서, 치과에서는 시간을 두고 신경 반응 검사와 방사선사진으로 변화를 지켜보며 판단합니다.
영구치 치배까지 함께 보는 이유
젖니 뿌리 아래에는 이미 다음에 나올 영구치의 싹인 치배가 자리를 잡고 자라는 중입니다. 젖니는 어차피 빠질 것이라 여기기 쉽지만 어차피 빠질 유치의 충치도 치료해야 하나요?에서 설명한 것처럼 치배는 그 위에 있는 젖니의 상태에 영향을 받으며 자랍니다.
젖니에 가해진 힘이 세거나 젖니가 치조골 속으로 밀려 들어가는 함입, 또는 완전히 빠져나오는 완전탈구처럼 손상이 클 경우에는 그 충격이 바로 아래 치배까지 전달되어 영구치의 발육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치배의 법랑질을 만드는 세포가 손상되면 나중에 그 영구치가 올라올 때 치관에 희거나 누런 갈색의 부분적인 결손이 남을 수 있습니다. 젖니 외상으로 생긴 이런 국소적 결손을 '터너 치아'라고 부르며 완전탈구나 함입처럼 강한 손상에서 가장 흔히 나타납니다.
치아가 형성되는 시기에 따라 남는 모양도 다릅니다. 치관이 만들어지는 시기(대략 1.5~3.5세)에 외상을 입으면 영구치 치관이 뒤틀리는 형태로 남고 치근이 만들어지는 시기(대략 4~5세)에 외상을 입으면 치근이 굽는 형태(만곡치)로 남을 수 있습니다. 만곡이 심하면 영구치가 제 위치로 올라오지 못해 교정적인 견인이나 외과적인 처치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젖니가 외상으로 일찍 빠지면서 생긴 흉터 조직이 치배의 맹출 경로 자체를 바꿔 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영구치가 예상보다 늦게 나오거나 방향이 틀어져 나올 수 있는데 유치가 빠진 뒤 영구치가 오래 안 나오면 검사해야 하나요?에서 그 확인 방법을 더 자세히 다룹니다.
다만 이런 치배 손상이 모든 외상에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히 부딪혀 변위 없이 아픈 정도(진탕)는 예후가 매우 양호한 편입니다. 변위 없이 약간의 흔들림만 있는 손상(아탈구)도 대체로 양호하지만 치수로 가는 혈관이 함께 다쳤을 수 있어 신경 반응 검사를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합니다. 반면 치아가 치조골 속으로 밀려 들어가거나 완전히 빠지는 것처럼 손상이 클수록 치배에 영향이 남을 가능성도 함께 커집니다.
앞으로 지켜봐야 하는 것
변색이 보인 젖니는 신경이 살아 있는지를 가늠하는 검사와 방사선사진으로 치근 주변에 이상이 생겼는지를 시간을 두고 반복해서 확인합니다. 젖니 자체가 특별한 증상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경우도 많지만 그와 함께 아래에서 자라는 치배의 발육과 맹출 경과도 정기 검진에서 같이 살펴보는 대상이 됩니다. 손상의 정도와 외상을 입은 나이에 따라 치배가 받는 영향이 달라지므로 한 번의 진료로 끝내기보다 치과에서 권하는 일정에 따라 계속 확인받는 것이 변색 자체보다 더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