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와인처럼 색이 있는 음료나 산도가 있는 음료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음료가 치아를 변색시키는지, 변색이 생긴다면 색소 때문인지 산 때문인지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색이 있는 음료와 산성인 음료가 치아에 미치는 영향이 같은 것인지, 다르다면 무엇이 다른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짧은 답변

색이 있는 음료와 산성인 음료는 치아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색이 있는 음료는 치아 표면에 색소가 들러붙는 외인성 착색(치아 겉면에 생기는 변색)을 일으키고 산성인 음료는 치아를 이루는 단단한 조직을 화학적으로 녹여내는 치아침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와인처럼 색과 산도를 함께 가진 음료는 두 가지 작용에 모두 관여할 수 있지만 음료마다 색소 농도와 산도, 섭취 방식이 달라 모든 음료나 모든 주류가 같은 정도로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착색은 치면세마(치석과 색소를 전문적으로 제거하는 시술)나 표면 연마로 대부분 되돌릴 수 있지만 침식으로 녹아 없어진 치아 조직은 다시 자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왜 그런가요?

색이 들러붙는 것, 외인성 착색

치아를 전문적으로 세정한 뒤에도 수 분 안에 획득피막(타액 속 단백질로 이루어진 얇은 막)이 치아 표면을 다시 덮습니다. 이 막 위에 치태(치면세균막)가 자리 잡는데 치태는 다당류와 단백질 성분으로 이루어져 색소를 쉽게 흡수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커피나 차처럼 색이 짙은 음료의 색소가 이 치태와 막 위에 쌓이면 치아 겉면이 갈색이나 검은색 쪽으로 변하는데 이것이 외인성 착색입니다. 와인처럼 색이 짙은 음료도 같은 방식으로 색소가 쌓일 수 있습니다. 담배의 니코틴과 타르도 같은 방식으로 치경부(치아와 잇몸이 만나는 부위)나 치아 안쪽 면에 진한 착색을 남깁니다.

외인성 착색은 치아 발육 시기에 주로 생기는 내인성 변색보다 치료가 쉽고 예후도 좋습니다. 치면세마나 미세연마술(치아 표면을 얇게 다듬어 착색을 벗겨내는 시술) 같은 통상적인 관리로 대부분 제거되기 때문입니다. 치아 색을 밝히는 치료도 치질을 깎아내지 않고 치아 속 유기 색소를 산화시켜 분해하는 방식이라 착색 제거와 비슷한 방향에 있지만 뒤에서 설명할 침식으로 깎여 나간 치아 구조 자체를 되돌리지는 못합니다. 누렇거나 얼룩진 치아가 양치나 미백으로 하얘질 수 있는지는 착색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다루고 있습니다.

산이 치아를 녹이는 것, 치아침식

치아침식은 세균이 관여하지 않은 채 산이 치아 표면에 직접 닿아 화학적으로 경조직을 녹이는 현상입니다. 탄산음료, 레몬주스, 식초처럼 산도가 있는 음식과 음료를 직접 섭취할 때 생기는 것을 외인성 산 노출이라 하고 위산 역류나 잦은 구토처럼 몸 안에서 올라오는 산에 의한 것을 내인성 산 노출이라고 구분합니다. 와인처럼 산도가 있는 음료를 마셔서 생기는 침식도 외인성 산 노출에 해당합니다.

치아 경조직을 이루는 주된 결정 성분인 수산화인회석은 주변 산도가 일정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녹기 시작하는데 이 기준을 임계 pH라고 부릅니다. 법랑질의 임계 pH는 약 5.5이고 그 안쪽의 상아질과 치아뿌리를 덮는 백악질은 6.2에서 6.7 사이로 더 높습니다. 즉 치은퇴축(잇몸이 내려가 치아뿌리가 드러나는 현상)으로 노출된 상아질은 법랑질보다 약한 산성 환경에서도 녹기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침식이 진행된 자리는 매끈하고 광택이 나는 오목한 형태를 띠는 것이 특징이며 레몬처럼 산도가 강한 과일을 오래 빨아먹는 습관으로 치아 겉면에 초승달 모양의 결손이 생긴 사례도 보고되어 있습니다.

섭취 습관과 관리 원칙

산성 음료를 마신 직후에는 법랑질 표면이 0.2에서 3마이크로미터 정도 일시적으로 연화된 상태가 됩니다. 이 상태에서 곧바로 칫솔질을 하면 저작이나 칫솔질의 기계적 마찰이 더해져 손상이 오히려 빨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시간을 두면 타액이 산도를 정상으로 되돌리고 과포화된 칼슘과 인산염, 불소 이온이 연화된 결정 표면에 다시 쌓이는 재광화가 일어나 손상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산성 음료를 마신 직후에는 칫솔질을 피하고 물이나 불소가 든 용액으로 입을 헹구어 재광화를 돕는 것이 권장되는 관리 원칙입니다.

불소가 결합해 만들어지는 결정인 불화인회석은 임계 pH가 약 4.5로 법랑질보다 더 낮은 산성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버티기 때문에 불소를 꾸준히 접하는 것도 산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음료마다 색소 농도와 산도가 다르고 섭취 빈도와 방식도 사람마다 다르므로 특정 음료나 주류 전체를 같은 정도의 위험으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착색과 침식이 함께 의심되거나 치아 표면의 변화가 눈에 띈다면 치과에서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치아침식의 진행과 관리법은 치아 침식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룹니다.

치아 표면에 얇은 색소 막이 덮인 모습과 매끈하게 오목해진 치아 표면을 나란히 비교한 그림
치아 겉면에 쌓이는 색소막(왼쪽)과 산에 의해 매끈하게 깎인 치아 표면(오른쪽)의 차이를 보여주는 비교도입니다. 그림. AI 이미지
색이 있는 음료를 마신 직후 바로 칫솔질하는 모습과 물잔의 물을 마시는 모습을 나란히 비교한 그림
색이 있는 산성 음료를 마신 직후 바로 칫솔질하는 모습(왼쪽)과 물을 마시는 모습(오른쪽)을 비교한 그림입니다. 그림. AI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