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 홈 메우기(소와열구전색, 실런트)는 보통 건강한 어금니에 미리 발라 충치를 막는 처치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2025년 12월 이집트 카이로대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한 임상시험은 이미 충치가 시작된 성인 치아에 실런트를 발라 2년을 지켜봤습니다. 칼슘·인산·불소 이온을 양방향으로 주고받는 새 실런트가 기존 불소형보다 탈락도 적고 충치가 더 번지는 것도 잘 막았습니다.

치아 홈 메우기, 어린이만의 처치는 아니다

치아 홈 메우기는 어금니 씹는 면에 있는 좁고 깊은 홈(소와열구)을 레진으로 메워 그 틈에 음식물과 세균이 쌓이지 않게 막는 처치입니다. 이 홈은 칫솔모가 닿기 어려울 만큼 좁아 충치가 가장 먼저 생기는 자리로 꼽힙니다. 국내 건강보험이 아직 충치가 생기기 전인 18세 이하 환자의 큰어금니에만 급여를 적용하는 것도 이 처치가 그동안 예방 목적으로만 쓰여 왔다는 뜻입니다.

이번 연구는 그 범위를 넘어 이미 겉면이 하얗게 변하거나 거칠어졌지만 아직 구멍까지 패이지는 않은 초기 충치에 실런트를 발랐습니다. 19~25세 성인 36명의 치아 64곳이 그 대상이었습니다. 이런 병소는 산에 버티려고 미네랄 구성이 달라져 있어 레진이 스며드는 힘이 약하고 기존 실런트가 잘 붙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치아 단면을 보여주는 그림. 왼쪽 치아는 씹는 면의 좁은 홈 속에 거뭇한 충치 병소가 보이고 오른쪽 치아는 같은 홈이 옅은 푸른빛 실런트 층으로 완전히 덮여 있다
어금니 씹는 면의 좁은 홈에 초기 충치가 생긴 모습과 실런트로 그 홈을 덮어 막은 모습을 비교한 그림. AI 이미지

양방향으로 이온을 주고받는 캡슐

연구팀이 비교한 두 실런트는 불소를 내놓는 방식이 서로 달랐습니다. 3M의 클린프로(Clinpro) 실런트는 레진 속 유리 입자에서 불소가 서서히 녹아 나오는 방식으로 바르고 난 직후에는 많이 나오다가 시간이 지나면 점점 줄어 바닥을 치는 패턴을 보입니다.

프리미어덴탈(Premier Dental)이 만든 바이오코트(BioCoat)는 스마트캡(SmartCap)이라는 미세캡슐 기술을 썼습니다. 반투과성 막으로 둘러싼 이 캡슐 속에는 불소·칼슘·인산 이온이 녹은 용액이 들어 있고 이 막은 양쪽으로 다 통하게 만들어졌습니다. 입속 이온 농도가 캡슐 속보다 낮아지면 이온이 흘러나와 치아 표면이 그 이온을 다시 흡수하도록 돕고 반대로 침 속에 이온이 풍부해지면 캡슐이 다시 채워집니다. 한 번 바르고 나서도 효과가 쉽게 끊기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투명한 실런트 층 안에 반투과성 막으로 둘러싸인 미세 캡슐 여러 개가 흩어져 있고 캡슐과 치아 표면 사이를 화살표로 이은 입자들이 양방향으로 오가는 모습
실런트 층 속 미세캡슐과 치아 표면 사이에서 이온이 양방향으로 오가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 AI 이미지

24개월 뒤, 탈락도 충치도 덜했다

평가자를 눈가림한 이 임상시험은 12개월째에는 두 실런트의 차이가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완전히 붙어 있는 비율은 바이오코트 84.3%, 클린프로 78.1%로 통계적으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차이는 24개월이 되어서야 벌어졌습니다. 완전히 붙어 있는 비율은 바이오코트가 62.5%였던 반면 클린프로는 37.5%까지 떨어졌고 완전히 탈락한 경우도 클린프로에서만 18.75% 나왔습니다. 형광 카메라로 충치 진행 여부를 함께 살핀 결과도 비슷했습니다. 충치가 더 번지지 않은 비율은 바이오코트 93.75%, 클린프로 71.8%였습니다.

탈락과 충치 진행을 모두 반영한 전체 성공률은 바이오코트 93.75%, 클린프로 65.62%로 갈렸습니다. 바이오코트 쪽의 실패 위험이 82% 더 낮다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상대위험도 0.18, p=0.019). 연구팀은 초기 충치 주변 치아 표면이 다공질로 변해 있어 세균이 뿜는 분해효소가 레진 접착면을 쉽게 무너뜨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캡슐에서 계속 나오는 이온이 그 표면을 보강해 접착을 더 오래 지켰다는 것입니다. 다만 참가자가 36명뿐이고 이집트의 한 대학병원에서만 나온 결과라 연구팀도 더 큰 규모에 3년 넘는 추적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재광화제와는 다른 길

불소를 대신하거나 보완해 초기 충치를 되돌리려는 시도는 치약과 바니시 쪽에서도 있었습니다.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 치약은 치아 광물과 같은 성분을 매일 공급하는 방식이고 자가조립펩타이드는 백색반점 속으로 파고들어 미네랄을 채우는 방식입니다. 이번 실런트는 그 둘과 달리 치아 표면을 레진으로 덮어 세균 접근 자체를 막는 처치에 이온 교환 기능을 더했습니다. 덮어서 막는 처치와 발라서 채우는 처치가 같은 목표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좇고 있는 셈입니다.

치아 홈 메우기는 그동안 충치가 생기기 전에만 쓰는 예방 처치로 여겨졌습니다. 이번 결과는 양방향으로 이온을 주고받는 재료를 더하면 이미 시작된 초기 충치에서도 그 처치가 통한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