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아직 다 썩지는 않았지만 표면이 하얗게 탈회된 초기 충치 병소는 방치하면 진행하고 제때 관리하면 되돌릴 수 있습니다. 최근 2년간 어린이 518명을 추적한 임상시험에서 치아 자체를 이루는 광물인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를 불소와 함께 넣은 치약이 불소만 든 치약보다 유치의 이런 초기 병소를 더 많이 되돌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활동성 병소가 있던 아이들의 병소 78개 가운데 58개는 2년 뒤 비활동성으로 바뀌었고 이 비율은 불소 단독 치약을 쓴 아이들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습니다.
무엇을 채우는가
불소는 치아 표면에서 칼슘·인산 이온과 결합해 산에 더 강한 결정(불화인회석)을 새로 만들어 빠져나간 미네랄을 채우는 재광화를 돕습니다.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는 이 재광화를 돕는 또 다른 재료입니다. 불소와 달리 그 자체가 법랑질을 이루는 광물과 같은 성분이라, 나노미터 크기로 잘게 부순 입자가 산에 녹아 생긴 법랑질의 미세한 구멍 속으로 직접 들어가 빠져나간 자리를 메웁니다. 이번 임상시험에 쓰인 치약은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에 불소와 마그네슘·스트론튬·탄산 이온을 더하고 키토산이라는 다당류로 입자가 치아 표면에 잘 들러붙게 만든 조합이었습니다. 연구진은 불소 이온이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 결정을 더 단단하고 산에 덜 녹게 만드는 동시에 나노 입자가 법랑질 깊숙한 결함까지 파고드는 효과가 더해진 것으로 설명합니다.

2년을 지켜본 결과, 유치에서 갈렸다
이탈리아에서 4~7세 어린이 610명을 모집해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와 불소를 함께 넣은 치약 2종과 불소만 든 치약 2종을 무작위로 나눠 24개월간 매일 쓰게 한 삼중맹검 임상시험입니다. 518명이 끝까지 참여했습니다. 시작 시점에는 두 군의 충치 병소 비율에 차이가 없었지만 2년 뒤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를 더한 군의 법랑질 병소 감소폭이 불소 단독 군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컸습니다(P<.01). 활동성 병소 78개 중 58개, 거의 4분의 3이 비활동성으로 바뀐 비율도 불소 단독 군보다 유의미하게 높았습니다(P=.04). 다만 이미 다 자란 영구치에서는 두 군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P=.57). 이번 결과는 젖니가 아직 남아 있는 시기의 유치에 국한된 것입니다.

불소 없이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만으로도 될까
임상시험에 쓰인 제품은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와 불소를 함께 넣은 조합이었지만 최근 발표된 실험실 연구는 불소 없이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만 넣은 치약도 살펴봤습니다. 소 치아로 만든 법랑질 조각에 인공적으로 초기 충치를 만들고 산-재광화 주기를 28일간 반복한 실험에서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 30%를 넣은 치약은 표면 경도 회복률이 불소치약(1100ppm)과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고 두 제품 모두 아무것도 넣지 않은 인공타액보다 유의미하게 높았습니다. 다만 이 결과는 소 치아 조각을 인공적인 산 주기에 노출시킨 실험실 조건에서 나온 것이라 침·치태·식습관이 뒤섞이는 실제 입속 환경까지 반영하지는 못합니다. 치아 백색반점을 자가조립펩타이드로 되돌리는 시도도 있었지만 이번 결과는 치아 자체와 같은 광물을 쓰는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에서 나온 것입니다.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 치약이라고 다 같은 효과를 내는 것도 아닙니다. 같은 실험 조건에서 시판 중인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 치약 여덟 종을 견준 다른 연구는 나노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에 또 다른 형태의 입자(나노XIM)를 섞은 제품(Fygg)이 단일 성분 제품(Boka, Dr. Jen, Risewell Regular)보다 재광화 효과가 유의미하게 높았다고 보고했습니다. 배합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는 뜻입니다.
국내에서는
국내에서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 치약은 아직 불소 치약만큼 흔하지 않고 대부분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거나 수입하는 방식으로 유통됩니다. 국산 브랜드 중에는 순수백과가 나노화한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를 내세운 무불소 치약 '제로치약'을 내놓는 등 국내 제품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임상시험은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가 불소를 완전히 대신한다기보다 불소와 함께 쓰였을 때 유치의 초기 충치를 되돌리는 힘을 키운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입니다. 불소 없이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만 쓰는 효과는 아직 실험실 결과에 머물러 있고 제품마다 배합에 따라 차이가 있어 뒤이은 임상시험으로 확인해야 할 부분으로 남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