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시간대 연구팀이 5년, 10년, 13년 동안 얼려 둔 치아 줄기세포를 꺼내 살펴본 결과, 갓 얼린 세포와 거의 다르지 않았다는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살아있는 비율과 줄기세포 표지 단백질 발현, 세포가 늘어나는 속도, 다른 세포로 분화하는 능력까지 모두 비슷했고 세포 노화의 흔적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유치나 사랑니를 뽑을 때 치수(치아 속 신경과 혈관이 있는 조직) 세포를 얼려 두는 '치아 줄기세포 은행'이 실제로 쓸모가 있으려면 반드시 맞아야 하는 전제, 즉 오래 얼려도 세포가 상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직접 검사한 결과입니다.

치아에서 뽑은 세포를 얼려 두는 이유

치수에는 뼈·연골·지방 등 여러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고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능력도 지닌 중간엽줄기세포가 들어 있습니다. 골수에서 세포를 뽑으려면 침습적인 채취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과 달리, 치수 세포는 어차피 빠지거나 뽑아야 하는 유치나 사랑니에서 얻을 수 있어 채취 부담이 적습니다. 다만 치아가 입 밖으로 나오면 치수 조직은 곧바로 죽기 시작하기 때문에, 뽑은 직후 세포를 분리해 얼려야 나중에 쓸 수 있는 상태로 남습니다. 이 원리를 바탕으로 아이의 유치나 어른의 사랑니에서 세포를 분리해 액체질소에 얼려 보관해 주는 서비스가 여러 나라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유치나 사랑니에서 치수 조직을 분리해 세포 보관 튜브에 담고 액체질소 냉동 탱크에 넣기까지 3단계 과정을 나타낸 그림

이 개념은 이미 실제 치료로 이어져 있습니다. 일본은 2020년 유치에서 뽑은 줄기세포로 신경을 제거한 치아 안에 치수와 비슷한 조직을 다시 채우는 치료를 세계 최초로 승인해 지금도 세포 은행과 치료 병원이 함께 운영되고 있습니다. 국내에도 유치·사랑니·교정 발치 치아를 보관해 주는 치아은행이 있지만 지금은 주로 자기 치아를 갈아 만든 뼈이식재 용도이고 세포 자체를 보관하는 서비스는 이보다 덜 알려져 있습니다. 터키 에게대 연구팀은 매복 사랑니에서 분리한 세포를 최대 12개월 얼렸다 녹였을 때 74~99%가 살아남는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채취·냉동 절차 자체는 이미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뜻입니다.

13년을 얼려도 세포는 그대로였다

문제는 이런 은행들이 세포를 몇 년, 길게는 십수 년씩 보관한다는 점입니다. 미시간대 연구팀은 여러 환자에게서 나온 치수 세포를 각각 5년, 10년, 13년 얼렸다 녹여 1년 미만 보관한 세포와 나란히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모든 기간에서 줄기세포 표지 단백질인 CD73·CD90·CD105를 지닌 세포가 90%를 넘었고 혈액세포 표지인 CD34·CD45를 지닌 세포는 4% 미만으로 똑같이 낮았습니다. 세포가 두 배로 불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도 보관 기간과 무관하게 거의 같았고 뼈세포나 지방세포로 분화하는 능력도 유지됐습니다. 노화된 세포에서 늘어나는 효소 활성을 염색으로 확인했을 때도, 세포를 새 배양 접시로 6번 옮겨 다시 키울 때까지 노화 세포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번 조사는 소수의 환자에게서 나온 세포로 확인한 결과이며, 지금 검사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표본이 13년 전 것이었을 뿐이라 그보다 더 오래 얼렸을 때도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1년 미만, 5년, 10년, 13년 얼렸다 녹인 치아 줄기세포를 배양 접시에 나란히 놓고 비교한 그림. 네 접시 모두 세포 밀도가 비슷하게 그려져 있다

오래된 세포로 혈관 조직까지 만들었다

노르웨이 베르겐대·일본 도호쿠대 등이 함께한 연구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7~8년 은행에 보관돼 있던 치수 세포로 실제 혈관과 비슷한 조직을 만들어 냈습니다. 세포를 혈관 안쪽 벽을 이루는 내피세포와 비슷하게 자라도록 유도한 뒤 사람 정맥에서 얻은 내피세포와 함께 젤라틴 기반 하이드로젤에 넣어 45일간 배양하자, 혈관세포의 표지 단백질(CD31)과 혈관벽 근육세포의 표지 단백질(αSMA)을 모두 지닌 혈관 형태의 조직이 만들어졌습니다. 오래 보관된 세포만으로 혈관 조직을 만들어 낸 첫 보고입니다. 이 매체가 다룬 산소·포도당 방출 소재를 이용한 치수 재생 연구는 이식한 세포가 뿌리관 속에서 영양 부족으로 죽지 않도록 소재가 대신 산소와 포도당을 공급하는 방법을 다뤘습니다. 이번 연구는 그 세포 자체가, 그것도 은행에 오래 보관돼 있던 세포가 스스로 혈관을 만들어 낼 잠재력이 있는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초점이 다릅니다. 다만 이 결과는 하이드로젤 속 배양 접시 단계에서 나온 것으로, 사람의 뿌리관 속 같은 실제 환경에서도 같은 능력을 보이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남은 물음

세 연구를 합치면, 치아에서 뽑아 얼린 세포는 최소 13년까지는 생존율과 줄기세포 성질을 잃지 않고 그 가운데 일부는 혈관을 만드는 능력까지 유지한다는 그림이 그려집니다. 다만 이 결과들은 모두 얼렸다 녹인 세포가 배양 접시 위에서 살아있고 제 기능을 낸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지, 그 세포를 사람에게 이식해 실제로 치아나 조직을 되살렸다는 결과는 아닙니다. 치아 줄기세포 은행이 내세우는 '언젠가 쓸 수 있다'는 약속 가운데 세포가 오래 버틴다는 앞부분은 이번 결과로 뒷받침을 얻었습니다. 다만 그 세포를 꺼내 실제 치료에 썼을 때 어떤 효과를 내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할 부분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