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교정장치(얼라이너)를 만드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치아 모양을 스캔한 데이터로 치아 모형을 3D프린터로 찍어낸 뒤 그 위에 얇은 플라스틱 판을 뜨겁게 눌러 찍어내는 방식(열성형)으로 얼라이너를 만들었습니다. 최근에는 이 모형 단계를 아예 건너뛰고 얼라이너 모양 자체를 레진으로 직접 찍어내는 방식이 늘고 있습니다. 2019년 한국 회사 그래피가 내놓은 테라하츠 TC-85라는 레진이 이 방식의 시작점이었고 지금은 여러 나라의 교정 클리닉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투명교정장치가 계획한 대로 이를 움직이는지를 다룬 글에서는 컴퓨터가 세운 계획과 실제 치아 이동 사이의 차이를 살펴봤습니다. 이번 글은 그 얼라이너 자체를 어떻게 만드는지, 만드는 방식이 바뀌며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봅니다.

모형 없이 얼라이너를 직접 찍어낸다

두 방식 모두 치아를 구강스캐너로 찍어 디지털 본을 뜨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열성형 방식은 이 데이터로 치아를 조금씩 옮긴 여러 단계의 모형을 만들고 그 모형마다 3D프린터로 실물을 찍은 뒤 얇은 플라스틱 시트를 가열해 눌러 찍고 가장자리를 잘라냅니다. 모형 하나에 얼라이너 한 장씩입니다.

열성형과 직접 프린팅 두 얼라이너 제작 과정을 나란히 비교한 순서도

직접 프린팅 방식은 모형 프린트와 열성형 두 단계를 없앱니다. 소프트웨어에서 치아 이동 계획을 세운 뒤 그 계획에 맞는 얼라이너 모양 자체를 파일로 만들고 빛을 쬐면 굳는 레진(광경화성 레진)을 담은 3D프린터로 얼라이너를 바로 찍어냅니다. 찍힌 얼라이너는 원심분리기로 굳지 않은 레진을 털어내고 산소를 뺀 질소 환경에서 자외선을 쬐어 완전히 굳힌 뒤 지지대 자리를 다듬어 마무리합니다. 열성형은 두께가 시트 두께 그대로 균일하지만 직접 프린팅은 특정 치아를 미는 벽만 두껍게 설계하는 것처럼 부위마다 두께를 다르게 줄 수 있습니다. 얼라이너를 프린터에 눕히는 각도도 결과를 바꾸는데 한 연구에서는 완전히 눕힌 각도(0도)가 가장 정확하고 인쇄 시간도 가장 짧았습니다.

얼라이너 벽 두께가 균일한 열성형 단면과 부위마다 두께가 다른 직접 프린팅 단면을 비교한 그림

힘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나, 재는 조건마다 달랐다

얼라이너가 이를 움직이려면 낀 뒤에도 누르는 힘이 오래 유지돼야 합니다. 실험대 위에서 TC-85와 기존 열성형 재료(젠듀라)를 견준 연구는 TC-85 쪽이 힘이 풀리는 정도가 27.2%로 젠듀라의 41.3%보다 적었고 180분 뒤에도 처음 힘의 72.8%가 남아 젠듀라(58.7%)보다 오래 유지됐습니다. 다만 연구진은 이 결과가 실험대 조건에서 나온 것이라 실제 치료 효과가 더 낫다는 증거로 바로 연결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측정 항목(실험대 조건)직접 프린팅(TC-85)열성형(젠듀라)
3시간 뒤 힘이 풀린 정도27.2%41.3%
180분 뒤 남은 힘72.8%58.7%

다른 조건에서는 반대되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마른 상태와 침에 적신 상태를 비교한 연구에서 직접 프린팅 레진의 탄성계수는 마르면 431메가파스칼이었다가 젖으면 140메가파스칼로 크게 떨어진 반면 열성형 재료는 103에서 114메가파스칼로 거의 그대로였습니다. 얼라이너를 일주일 실제로 낀 환자 30명의 재료를 다시 잰 연구에서도 직접 프린팅 얼라이너만 탄성과 힘이 풀리는 정도가 뚜렷하게 달라졌고 인비절라인이나 폴리에스터 계열 열성형 재료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마른 실험대에서는 새 레진이 힘을 더 오래 유지했지만 침에 젖어 실제로 입에 낀 뒤에는 오히려 더 크게 변한 셈입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사례는 아직 몇 건뿐이다

직접 프린팅 얼라이너로 치아를 옮긴 임상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금니 뒤쪽 교차교합과 아래턱 폭이 좁았던 26세 환자를 얼라이너 26장으로 31주 동안 치료한 사례에서는 1년 뒤에도 재발이 0.5밀리미터 미만으로 작았습니다. 다만 이런 보고는 환자 한두 명을 치료한 사례 보고이고, 여러 환자를 열성형 얼라이너와 나란히 비교한 임상시험은 아직 없습니다.

레진 성분과 미세플라스틱은 계속 확인 중이다

새 레진이 입 안에서 안전한지도 검증이 진행 중입니다. 얼라이너를 착용한 환자의 침 속으로 녹아 나온 우레탄디메타크릴레이트라는 성분을 잰 연구에서는 착용 24시간 뒤 리터당 4.04마이크로그램이던 농도가 14일 뒤 7.27마이크로그램까지 꾸준히 늘었습니다. 이 수치는 세포 독성이 나타나는 기준치보다 한참 낮았고 연구진은 정해진 교체 주기를 지키면 누적량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물에 문질러 나오는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을 비교한 실험에서는 직접 프린팅 얼라이너에서 나온 조각의 양과 크기가 열성형 얼라이너보다 더 컸습니다. 세포 독성 실험 14편을 모은 검토에서도 재료와 후처리 방식에 따라 결과가 엇갈렸고 사람을 대상으로 안전성을 직접 확인한 임상시험은 아직 없었습니다.

얼라이너 제작은 치아 모형을 찍고 그 위에 판을 눌러 찍던 방식에서 얼라이너 모양 자체를 바로 찍어내는 방식으로 넘어가는 중입니다. 모형을 만들 필요가 없어지고 부위마다 두께를 다르게 설계할 수 있게 됐지만 힘을 유지하는 성능은 재는 조건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왔고 레진 성분과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안전성 확인도 아직 진행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