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교정장치(클리어얼라이너) 씹는 면에 압력을 재는 센서를 통째로 심은 장치가 나왔습니다. 치아 여덟 곳에 붙은 센서가 씹을 때 나오는 신호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부정교합의 종류를 가려내고, 손가락 빨기나 이 갈기처럼 부정교합을 키우는 습관까지 실시간으로 구분해 냅니다. 중국 쓰촨대학교 화시치과병원 연구팀이 2024년 발표한 이 장치는 별도의 배터리 없이 씹는 힘 자체로 전기를 만들어 작동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교합력 센서들과 다릅니다.

이가 계획한 만큼 움직였는지를 다룬 투명교정장치, 계획한 대로 이가 움직일까에서는 치료 결과를 나중에 스캔으로 확인하는 방법을 봤습니다. 이번 장치는 치료가 진행되는 동안 얼라이너 안에서 어떤 힘이 오가는지를 그 순간 잡아낸다는 점이 다릅니다.

배터리 없이 씹는 힘을 전기로 바꾼다

기존에 나온 교합력 센서는 대부분 압력저항형이나 정전용량형 방식이었는데 둘 다 전원을 공급받아야 작동합니다. 입 안에 넣는 장치에 전선과 배터리를 함께 심기는 어려워 크기를 줄이는 데 걸림돌이었습니다. 이번 장치는 압전소재(압력을 받으면 스스로 전기를 만드는 재료)로 만든 얇은 나노섬유 막을 얼라이너의 씹는 면 여덟 곳에 심어 이 문제를 피했습니다. 위턱과 아래턱의 앞니, 작은어금니, 큰어금니 자리에 하나씩 모두 열여섯 곳에서 나온 전기 신호는 치아가 닿을 때마다 세기와 위치, 시간이 함께 기록돼 블루투스로 스마트폰에 무선으로 전달됩니다.

투명 교정장치 표면 여러 지점에 심어진 압력 센서와 그 신호가 스마트폰으로 무선 전송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개념도

큰어금니 신호의 균형이 부정교합의 종류를 알려준다

부정교합은 흔히 위아래 첫째 큰어금니가 만나는 위치를 기준으로 1급, 2급, 3급으로 나누고, 여기에 위아래 앞니가 닿지 않는 개방교합과 턱이 한쪽으로 치우친 하악편위까지 더해 다섯 갈래로 구분합니다. 지금까지는 이 분류를 가리기 위해 방사선 사진을 찍고 석고로 뜬 치아 모형을 눈으로 맞춰 봐야 했습니다. 연구팀은 부정교합 환자들의 치아 모형을 기계에 물려 씹는 상태를 그대로 재현하면서 센서가 잡아낸 신호를 인공지능에 학습시켰습니다. 위아래 열여섯 곳의 신호를 함께 넣었을 때는 정확도가 95%를 넘었고, 위턱이나 아래턱 한쪽 신호만 넣었을 때보다 유형이 훨씬 뚜렷하게 갈렸습니다. 2급 부정교합에서는 위턱 앞니보다 아래턱 앞니의 신호가 약하게 나타났고 3급에서는 그 반대로 나타나는 식으로, 힘이 몰리는 자리 자체가 진단의 근거가 됐습니다.

다만 이 결과는 환자가 실제로 얼라이너를 낀 채 씹고 말하는 상황에서 얻은 것이 아니라 치아 모형을 기계에 물린 상태로 재현한 신호를 학습한 것입니다. 입 안에서 침에 젖고 온도가 바뀌는 실제 환경에서도 같은 정확도가 나올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입술을 깨물어도, 이를 갈아도 신호로 남는다

손가락 빨기나 입술 물기, 이 갈기 같은 습관은 성장기 턱과 치열의 힘의 균형을 무너뜨려 부정교합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꼽혀 왔습니다. 문제는 이런 습관을 그동안 보호자나 환자 본인의 관찰에 의존해 확인해 왔다는 점입니다. 이 장치를 붙이고 시험한 결과 손가락 빨기나 입술 물기를 할 때는 앞니 부근에서만 압력 신호가 나타났고, 이를 갈 때는 좌우 큰어금니의 신호가 번갈아 강해지는 뚜렷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정상 교합, 손가락 빨기, 이 갈기 상태에서 각 치아 자리에 나타나는 압력 신호 세기의 차이를 색 농도로 비교한 그림

착용 중 계속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라 습관이 나타나는 그 순간을 그대로 잡아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시험은 소수의 건강한 성인에게만 적용됐고, 교정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서도 같은 신호 차이가 유지되는지는 더 확인해야 합니다. 착용 시간만 재던 스마트 리테이너가 교정이 끝난 뒤의 순응도를 다뤘다면, 이 장치는 치료가 진행되는 동안의 씹는 힘과 습관 자체를 잡아낸다는 점에서 다른 자리를 겨눕니다.

얼라이너에 압전 센서를 심어 씹는 힘을 무선으로 재는 방식은 방사선 사진과 석고 모형에 의존하던 부정교합 진단을 착용 중의 실시간 신호로 옮겨 보려는 시도입니다. 부정교합 유형 분류와 습관 감지 모두 아직 실험실 단계의 결과이며, 진료실에서 실제로 착용한 환자를 대상으로 다시 검증하는 것이 다음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