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벌리고 재우면 기도가 좁아집니다

충치가 많아 협조가 어려운 3~7세 어린이 20명이 중국 베이징대 구강병원에서 평균 73분짜리 치아 치료를 받았습니다. 아이들은 정맥으로 진정제를 맞아 스스로 숨은 쉬되 의식은 없는 '깊은 진정' 상태였고, 코에는 저유량 산소 캐뉼라 대신 분당 최대 30리터의 산소를 밀어넣는 장치를 꽂았습니다. 치료가 끝날 때까지 20명 모두 산소포화도가 위험 수준인 90% 아래로 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검진이나 짧고 간단한 치료에서만 확인됐던 이 방식이 1~2시간짜리 복잡한 소아치과 치료에서도 통한다는 첫 근거입니다.

의식과 호흡이 모두 사라지는 전신마취와 달리 깊은 진정은 아이가 스스로 숨을 쉬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진정제로 재우는 방식이라 준비와 회복이 비교적 간단합니다. 문제는 입안이 치료 부위이자 숨길이라는 점입니다. 진정제로 흔히 쓰는 프로포폴은 숨을 쉬게 하는 근육의 힘을 떨어뜨리고, 치료를 위해 입을 벌리고 고개를 젖힌 자세는 목구멍 뒤쪽 공간을 좁혀 기도가 쉽게 눌립니다. 기존 연구에서는 이런 상태로 저유량(분당 5리터 안팎) 비강 캐뉼라만 꽂고 치료하면 12~20%에서 산소포화도가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진정제를 맞고 잠든 어린이가 코에 관을 꽂아 산소를 공급받고 의료진이 모니터를 지켜보는 모습
진정제로 잠든 어린이가 고유량 비강 산소요법 장치로 산소를 공급받으며 의료진의 감시를 받는 상황을 표현한 그림. AI 이미지

산소를 훨씬 빠르고 많이, 데워서 밀어넣습니다

고유량 비강 산소요법은 이름 그대로 공급하는 산소의 양과 속도가 다릅니다. 일반 비강 캐뉼라가 분당 5리터 안팎을 흘려보내는 데 비해 이 장치는 데우고 가습한 산소를 분당 30~50리터, 성인 기준으로는 최대 70리터까지 밀어넣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아이 체중 1kg당 분당 2리터(최대 30리터)로 유량을 맞췄고, 들이마시는 산소의 농도는 100%까지 올렸습니다. 이번 연구에는 뉴질랜드 피셔앤페이켈 헬스케어의 '에어보 2' 장치가 쓰였습니다.

유량을 세게 미는 것 자체가 기도를 버티는 효과를 냅니다. 코와 목 사이에 2.7~7.4cmH2O 정도의 약한 압력이 걸려 입을 벌리고 고개를 젖혀 좁아진 기도를 안쪽에서 밀어 벌리고, 숨을 내쉴 때 코인두에 남는 이산화탄소를 씻어내 다시 들이마시는 양을 줄입니다. 일본에서 나온 임상시험 세 편(환자 78명)을 모아 본 이전 종합분석에서도 저유량 비강 캐뉼라와 견준 결과 고유량 산소요법 쪽에서 산소포화도가 낮아지는 일과 이산화탄소가 쌓이는 일이 모두 적었습니다. 비만 환자와 성인, 어린이를 각각 무작위로 나눈 비교에서 나온 결과였고, 어린이 비교에서는 기도가 막혀 턱을 들어 올려야 했던 사례가 저유량군 10명 중에서 고유량군은 3명으로 줄었습니다.

저유량 비강 캐뉼라의 가는 공기 흐름과 고유량 비강 산소요법의 굵은 공기 흐름이 기도를 벌리는 모습을 비교한 도식
가늘게 흘러들어가는 저유량 비강 캐뉼라와 굵고 데워진 바람이 기도를 벌리는 고유량 비강 산소요법의 차이를 표현한 그림. AI 이미지

60~120분짜리 복잡한 치료로 넘어갔습니다

이번 연구가 새로 확인한 것은 '얼마나 길고 복잡한 치료까지 버티느냐'입니다. 앞선 연구들은 대부분 검진이나 단순 치료 같은 짧은 시술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레진 충전과 신경 치료, 기성금속관 씌우기, 발치까지 섞인 60~120분짜리 치료를 학령전기 어린이에게 적용했습니다. 대상 아동의 70%는 최근 상기도 감염이나 편도·아데노이드 비대처럼 기도가 이미 좁아져 있을 만한 문제를 갖고 있었습니다.

결과는 20명 모두 치료를 무사히 마쳤고 산소포화도가 90% 아래로 떨어진 사례는 없었습니다. 대부분 100%를 유지했고 가장 낮았던 값도 99%에 그쳤습니다. 다만 몸속 이산화탄소 농도는 서서히 올라 평균 최고치가 53mmHg까지 상승했는데, 연구진이 미리 정해 둔 허용 한계인 65mmHg 안쪽이었습니다. 코골이나 이산화탄소 파형 이상처럼 기도가 좁아진 신호를 보인 아이들 중 4분의 1은 턱을 들어 올려 기도를 넓히는 보조 조치가 함께 필요했습니다. 고유량 산소요법이 기도가 막히는 상황 자체를 없애지는 못하고, 산소가 떨어지기 전에 대응할 여유를 벌어 주는 역할에 가깝다는 뜻입니다. 이번 결과는 비교군 없이 20명만 지켜본 예비 시험이라 효과의 크기를 통계로 확정하기는 이릅니다.

중환자실 기술이 치과 진료실로 넘어왔습니다

고유량 비강 산소요법은 원래 신생아·소아중환자실과 응급실에서 먼저 자리 잡은 호흡 보조 기술입니다. 숨을 쉬기 버거운 환자에게 관을 넣지 않고도 산소와 압력을 함께 공급할 수 있어서입니다. 이번 결과는 같은 기술이 진정제로 재운 아이의 입안을 치료하는 소아치과 진료실로도 자리를 넓히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비강으로 진정제를 뿌리는 방식이 먹는 진정제를 대신하고 있는 흐름과 마찬가지로, 산소 공급 방식도 저유량에서 고유량으로 넘어가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