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수면무호흡 환자가 양압기(CPAP) 대신 많이 쓰는 것이 하악전진장치입니다. 잠든 사이 아래턱을 앞으로 고정해 혀뿌리 뒤쪽 기도를 넓히는 구강내장치인데, 오래 낄수록 앞니가 벌어지거나 씹는 면이 달라지는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에서 이미 반복해 확인됐습니다. 객관적으로 잰 착용시간이 이 부작용과 관련 있다는 것도 더 작은 규모의 이전 연구에서 시사된 바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는 아래 앞니 통증을 줄이려는 설계 변화를 다뤘는데, 착용시간과 부작용의 관계를 정밀하게 확인한 연구는 없었습니다. 독일 레겐스부르크대학병원 연구팀이 장치에 센서를 심어 실제 착용시간을 재고 구강스캔으로 이가 움직인 양을 정밀하게 겹쳐 본 결과, 착용시간이 길수록, 그리고 특정 턱뼈 모양을 가진 사람일수록 부작용이 크게 나타났습니다.

착용시간을 재는 법이 달라졌다

그동안 하악전진장치의 부작용 연구는 대개 환자가 스스로 적은 착용시간 기록에 의존했습니다. 자가 보고는 실제보다 부풀려지기 쉽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손튼사의 조절형 하악전진장치인 TAP-T에 온도 변화를 감지하는 센서를 내장해 매일 밤 실제로 입에 물고 있었던 시간을 자동으로 기록했습니다. 경증·중등도 수면무호흡 환자를 12개월 동안 추적한 결과 하룻밤 평균 착용시간은 5.52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장치에 내장한 센서로 잰 착용시간은 환자 스스로 적은 기록과 오차가 크지 않다는 점이 앞선 연구에서 이미 확인된 값입니다.

하악전진장치 구조를 옆에서 본 도해. 위아래 턱 사이에 장치를 물리고 안쪽에 착용시간을 재는 센서를 내장했으며, 아래턱을 앞으로 고정한다.

치아 이동도 스캔으로 정밀하게 겹쳐봤다

부작용을 재는 방법도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옆에서 찍은 세팔로 엑스레이(머리 옆모습을 정해진 각도로 찍는 방사선 사진)로 앞니가 맞물리는 깊이(오버바이트)와 앞뒤 거리(오버젯) 정도만 쟀습니다. 이번 연구는 치료 전과 12개월 뒤에 구강스캐너로 찍은 3차원 본을 서로 겹쳐, 두 스캔 사이 오차를 최소로 맞추는 정합 알고리즘(ICP)으로 어금니·앞니 구역별 이동량을 따로 측정했습니다. 여기에 세팔로 엑스레이도 함께 찍어 턱뼈 자체가 변형됐는지도 같이 살폈습니다.

오래 낄수록, 턱이 이런 모양일수록 더 크게 움직였다

겹쳐 본 결과 치아 이동은 아래턱 쪽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아래 앞니는 입술 쪽으로 밀렸고 위 앞니는 반대로 입천장 쪽으로 밀렸으며 어금니는 길이가 늘어나거나 좌우 폭이 넓어지는 변화가 함께 확인됐습니다. 착용시간이 길수록 이런 변화의 크기도 유의하게 커졌습니다. 여러 연구를 모아 비교한 이전 분석에서도 오버젯이 평균 0.89mm, 오버바이트가 평균 0.68mm 줄어드는 같은 방향의 결과가 이미 나와 있었습니다.

위턱 앞니와 아래턱 앞니, 어금니에 이가 움직이는 방향을 화살표로 표시한 도해. 아래 앞니는 입술쪽, 위 앞니는 입천장쪽으로 이동하고 어금니는 길이와 폭이 변한다.

이번 연구가 새로 보탠 것은 턱뼈 생김새라는 변수입니다. 위아래 턱뼈가 만나는 각도가 크게 벌어진 얼굴, 아래턱이 원래도 앞으로 나와 있고 수평에 가깝게 자란 얼굴에서 부작용이 유의하게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같은 시간을 껴도 턱뼈 생김새에 따라 치아가 받는 부담이 달랐다는 뜻입니다.

무엇이 달라지나

이 결과는 착용시간을 정확히 재는 것 자체가 치료를 관리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착용시간이 길어질수록 부작용도 커지므로 센서로 실제 사용 습관을 확인하면 장치를 지나치게 오래 물고 있는 환자를 가려낼 수 있습니다. 여기에 턱뼈 생김새를 더하면 처음부터 부작용 위험이 큰 환자를 미리 골라 더 자주 점검하는 맞춤 관리도 가능해집니다. 다만 이번 결과는 한 제품을 적은 인원에게 적용해 본 것이라 다른 장치나 더 많은 환자에게도 같은 경향이 이어지는지는 추가로 확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