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서 마취 주사를 맞을 때 느끼는 따끔함은 대개 바늘이 잇몸에 처음 닿는 순간에 몰려 있습니다. 이 통증을 줄이려는 시도 중 하나는 바늘 자체를 없애는 방법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반대로 바늘은 그대로 두고 주사 직전에 잇몸에 저출력 레이저를 짧게 쬐어 통증 신호 자체를 낮추려는 연구도 쌓이고 있습니다. 2026년 국제학술지에 실린 메타분석은 이런 시도를 다룬 임상시험 27건, 참가자 1,519명의 결과를 종합해 레이저를 미리 쬔 쪽이 그렇지 않은 쪽보다 통증 점수가 낮았다고 밝혔습니다.

빛이 통증 신호를 늦춘다

이 방법에 쓰이는 빛은 붉은빛이나 그보다 파장이 긴 근적외선 레이저입니다. 조직 재생과 통증 완화에 오래전부터 쓰여 온 저출력 레이저치료, 즉 빛으로 세포 활동을 조절한다는 뜻의 광생물변조에 속합니다. 레이저를 잇몸에 몇 초에서 수십 초가량 비추면 그 부위를 지나는 말초신경에서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가는 신경섬유의 활동전위가 줄어들고 신경전달 속도 자체가 느려지는 현상이 여러 실험에서 확인됐습니다. 신경세포 속 미토콘드리아가 빛을 흡수해 에너지 대사가 바뀌면서 국소적으로 엔도르핀 분비가 늘고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이 줄어드는 것도 진통 효과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마취제가 통증 신호를 아예 차단하는 것과 달리 이 빛은 신경이 통증을 전달하는 속도와 세기를 일시적으로 낮추는 쪽에 가깝습니다. 같은 기술을 치아교정 통증에 적용한 사례에서는 통증을 줄이는 효과는 반복해서 확인됐지만 치아 이동을 앞당기는 효과는 아직 크지 않았습니다. 이 글이 보는 것은 그것과 다른 적용, 마취 주사 순간의 통증입니다.

메타분석이 확인한 수치

이번 메타분석은 통증을 재는 세 가지 척도에서 모두 레이저를 미리 쬔 그룹의 점수가 낮았다고 보고했습니다. 환자가 직접 매기는 시각통증척도(VAS) 점수가 평균 1.72점 낮았고 얼굴 표정으로 재는 척도와 행동을 관찰해 매기는 척도에서도 유의미하게 낮은 점수가 나왔습니다. 다만 땀샘의 전기 반응처럼 환자의 주관적 응답이 개입하지 않는 객관적 지표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주관적으로 느끼는 통증은 줄었다고 답했지만 몸이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정도까지 줄었는지는 이 데이터만으로 확인되지 않은 셈입니다.

위약과 구분이 안 된 연구도 있다

개별 연구 중에는 실제로 빛을 쏘는 레이저 장비와 장비를 잇몸에 대기만 하고 켜지 않은 위약 조건을 비교한 시험도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두 조건 모두 아무 처치도 하지 않은 대조군보다는 통증이 낮았지만 레이저를 켠 쪽과 꺼둔 쪽 사이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즉 잇몸에 무언가를 대고 잠시 기다리는 과정 자체가 주는 주의 분산이나 안심 효과가 레이저의 생물학적 작용과 뒤섞여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메타분석도 27건의 시험마다 사용한 레이저의 파장과 조사 시간, 세기가 제각각이었던 탓에 결과 편차가 매우 컸다고 지적하며 근거의 확실성을 가장 낮은 등급으로 평가했습니다.

소아 진료에서 먼저 시도되고 있다

저출력 레이저를 이용한 시험은 특히 어린이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경우가 많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6~9세 어린이의 젖니 신경치료 전 808나노미터 파장의 레이저를 잇몸에 쬔 쪽이 벤조카인 성분의 표면마취 젤을 바른 쪽보다 통증과 심박수 변화가 더 적었다고 보고했습니다. 다른 연구에서는 810나노미터 레이저를 표면마취와 함께 쓴 경우 주사 통증은 줄었지만 마취 자체가 듣는 정도나 지속 시간에는 차이가 없었다고 확인했습니다. 바늘을 아예 없애는 방식과 달리 이 방법은 기존 주사 방식을 그대로 유지한 채 통증만 낮추는 보조 수단이라 도입 부담이 적다는 점이 소아치과에서 먼저 시도되는 이유로 보입니다. 이런 연구들을 나란히 보면 저출력 레이저가 국소마취 주사의 통증 자체를 없애지는 못하지만 여러 임상시험에서 반복적으로 통증 점수를 낮추는 결과를 보였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다만 위약과 차이가 나지 않은 사례와 낮은 근거 확실성이 남아 있어 파장과 조사 시간을 표준화한 시험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이번 메타분석의 결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