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주염 치료에 흔히 쓰는 방법은 항균제로 세균을 쓸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세균을 없애도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자리에 비슷한 무리가 다시 자라나는 일이 되풀이됩니다. 영국 버밍엄대 연구팀이 이 문제를 반대 방향에서 풀었습니다. 건강한 잇몸에 사는 유익균을 캡슐에 담아 입속에 심어 넣어 새 세균막을 만드는 방식을 실험실에서 확인한 것입니다. 2026년에 공개된 이 연구는 아직 인공 침을 이용한 실험 모형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치주염 치료의 방향을 없애는 쪽에서 채우는 쪽으로 옮기려는 시도로 꼽힙니다.

죽여도 돌아오는 이유

입속에는 700종이 넘는 세균이 자연스럽게 얇은 막을 이루며 살고 있습니다. 이 균형이 무너져 치주염을 일으키는 균이 늘어난 상태를 항균제나 소독 성분의 양치액으로 쓸어버리는 것이 지금까지의 표준적인 접근이었습니다. 문제는 항균제가 유익균과 유해균을 가리지 않고 함께 줄인다는 점입니다. 빈자리가 남으면 원래 그 자리에 강했던 무리가 먼저 다시 들어차기 쉽고 치료를 반복해도 병이 재발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침 속 세균으로 치주염 진행 단계를 가려내는 연구나 치주염 세균만 골라 죽이는 박테리오파지 치료도 무너진 균형을 읽어내거나 병원균만 솎아내는 접근이었을 뿐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울지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알지네이트 캡슐 단면도. 폴리라이신으로 코팅된 캡슐 안에 살아있는 유익균이 들어 있고 캡슐에서 빠져나온 균이 표면에 새 균막을 만드는 과정

캡슐에 담아 심는 유익균

연구팀은 건강한 잇몸에서 흔히 발견되는 유익균 다섯 종을 골라 알지네이트(치과에서 인상 재료로도 쓰이는 해조류 유래 젤) 캡슐 속에 살아있는 채로 가뒀습니다. 캡슐 표면은 폴리라이신이라는 물질로 한 번 더 코팅해 침으로 덮인 표면에 잘 들러붙게 만들었습니다. 이 캡슐을 침이 흐르는 것과 비슷한 환경에 흘려보내자 캡슐에서 빠져나온 균들이 표면에 자리를 잡고 새로운 막을 이뤘습니다. 캡슐에 어떤 균을 담느냐에 따라 새로 만들어지는 막의 구성도 원하는 대로 달라졌습니다.

유해균이 있던 자리에도 자리를 잡았다

중요한 것은 표면에 이미 유해균을 포함한 세균 무리가 자리 잡고 있는 상태에서도 캡슐 속 유익균이 새 막을 형성했다는 점입니다. 연구팀은 여기에 요구르트 등에 쓰이는 유산균의 한 종류인 락토바실루스 로이테리균을 더해 잇몸 틈을 긁어낸 뒤의 상황을 흉내 낸 실험도 진행했습니다. 이 조합은 유해균의 수를 줄였고 염증을 키우는 면역 반응도 누그러뜨리는 방향으로 조절했습니다. 다만 이 결과는 인공 침을 채운 실험 장치 안에서 나온 것으로 동물이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항균제 치료와 유익균 캡슐 치료를 좌우로 비교한 그림. 항균제는 세균을 없애 빈 자리를 남기고 캡슐은 빈 자리에 새 균막을 채운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세균을 없애는 치료에서 유익균을 옮겨 심는 치료로 넘어가는 발판이라고 설명합니다. 항균제로 쓸어낸 자리를 그대로 두는 대신 캡슐에 담은 유익균으로 채워 넣는다는 발상이 실험실 안에서나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