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치과 검진을 받다가 어금니 하나가 사실 뿌리 끝이 아직 덜 자란 상태이고 그 안의 신경(치수)이 이미 죽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평소 시리거나 아픈 적이 한 번도 없어서 멀쩡한 치아인 줄 알았는데 이제 와서 신경치료가 필요하다고 하니 당황스럽습니다. 이미 다 자란 성인인데도 뿌리가 덜 자란 치아가 있을 수 있는지, 이런 치아는 신경치료 방법이 보통과 다른지, 앞으로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짧은 답변

치료 방법을 가르는 것은 나이가 아니라 뿌리 끝(치근단)이 얼마나 자랐는지와 신경(치수)이 살아 있는지입니다. 뿌리 끝이 넓게 열린 채로 성장이 멈춘 치아(미성숙 영구치)는 성인이 되어서도 그 모양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치아의 신경이 죽으면 뿌리 끝이 이미 좁게 닫힌 일반 치아와 같은 방식으로 신경치료를 마무리하기 어려워 뿌리 끝을 막는 방법을 따로 골라야 합니다. 다만 뿌리가 덜 자란 치아가 전부 죽어 있는 것은 아니며 신경이 살아 있는지와 어떤 방법을 쓸지는 검사를 거쳐 정해집니다.

왜 그런가요?

성인에게도 남아 있는 미성숙 영구치

영구치는 잇몸 밖으로 나온 뒤에도 몇 년에 걸쳐 뿌리가 계속 자랍니다. 뿌리가 다 자라기 전에 신경이 죽으면 그 시점의 뿌리 모양 그대로 성장이 멈춥니다. 어릴 때 이를 심하게 부딪혔거나 깊은 충치를 오래 방치한 적이 있다면 그 치아는 겉모습은 자라 보여도 뿌리 끝은 넓게 벌어진 채로 남아 성인이 된 뒤에야 발견되기도 합니다. 뿌리 끝이 넓게 열려 있다는 것은 신경과 혈관이 드나들던 구멍이 다 자란 치아보다 훨씬 넓다는 뜻이고 뿌리를 둘러싼 벽도 아직 얇습니다.

닫힌 좁은 뿌리 끝을 가진 치아와 넓게 열리고 벽이 얇은 뿌리 끝을 가진 치아의 단면을 나란히 비교한 그림
뿌리 끝이 좁게 닫힌 치아(왼쪽)와 뿌리 끝이 넓게 열린 미성숙 영구치(오른쪽)의 단면 비교. 그림. AI 이미지

뿌리가 덜 자란 영구치의 신경이 죽었을 때 나타나는 변화는 치아 색이 어두워지는 것부터 시작해 뿌리 성장이 그 자리에서 멈춘다는 특징으로 이어집니다.

통증 없이 지낼 수 있었던 이유

신경이 완전히 죽으면 감각을 전달할 살아 있는 조직 자체가 남아 있지 않아 차갑거나 뜨거운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고 별다른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감염이 뿌리 끝 주변까지 천천히 퍼지면서도 밖으로 고름이 조금씩 새어나가는 통로(누공)가 만들어지면 붓기나 통증 없이 오랜 기간 그대로 지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잇몸에 고름주머니가 생기는 원인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렇게 서서히 진행하는 감염은 갑자기 심하게 붓고 아픈 경우와 달리 눈에 띄는 신호가 거의 없습니다. 다만 통증이 없다는 것과 회복되고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신경이 죽은 상태에서도 세균은 계속 자라며 뿌리 끝 주변 뼈를 서서히 녹일 수 있어 증상과 무관하게 치료가 필요합니다.

뿌리 끝이 열려 있으면 신경치료가 왜 달라지나

일반적인 신경치료는 뿌리 끝이 좁게 닫혀 있다는 것을 전제로 근관 안을 청소하고 재료로 빈틈없이 채웁니다. 뿌리 끝이 넓게 열려 있으면 이 통상적인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뿌리를 둘러싼 벽이 아직 얇아 씹는 힘에 부러지기도 쉽습니다. 그래서 이런 치아는 다음 두 방향 중 하나로 접근합니다.

하나는 뿌리 끝에 인공적으로 단단한 막을 만들어 그 위를 재료로 막는 방법입니다(치근단형성술). 수산화칼슘을 근관에 넣고 여러 달에 걸쳐 갈아주며 막이 생기기를 기다리거나 미네랄 성분의 시멘트 재료(MTA)를 뿌리 끝 부분에 직접 채워 넣어 한 번에 막기도 합니다. 이 방법은 뿌리 끝을 막아 감염이 더 퍼지지 않게 하지만 그 이후로 뿌리의 길이나 벽 두께가 더 자라지는 않습니다.

다른 하나는 근관 안을 충분히 소독한 뒤 뿌리 끝의 넓은 통로를 통해 치아 스스로 혈관과 조직을 다시 채워 넣도록 돕는 방법입니다(재생근관치료). 이 방법이 자리를 잡으면 막는 재료 대신 살아 있는 조직이 자라 들어가면서 뿌리 벽이 두꺼워지고 길이도 더 자랄 여지가 남습니다. 다만 치료 후 일정 기간이 지나도 이런 재생 징후가 보이지 않으면 뿌리 끝을 막는 방법으로 바꾸기도 합니다.

뿌리 끝에 단단한 막이 생긴 치아 단면과 근관 안에 조직이 채워진 치아 단면을 나란히 비교한 그림
뿌리 끝을 막는 치근단형성술 개념(왼쪽)과 조직이 다시 채워지는 재생근관치료 개념(오른쪽)을 단순화한 비교. 그림. AI 이미지

두 방법 중 무엇을 고를지는 뿌리 끝이 얼마나 열려 있는지, 감염이 어느 정도 퍼졌는지, 남은 치아 벽의 두께가 어느 정도인지를 실제로 검사한 뒤에 판단합니다.

뿌리가 덜 자랐다고 전부 신경이 죽은 것은 아니다

뿌리 끝이 아직 자라는 중인 치아라고 해서 신경이 죽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신경이 살아 있는지는 차가운 자극에 대한 반응(한랭검사)이나 전기 자극에 대한 반응(전기치수검사) 등 여러 검사를 함께 봐서 판단하는데 뿌리가 덜 자란 치아는 감각을 전달하는 신경섬유가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전기치수검사 결과가 실제 상태와 다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검사 하나의 결과만으로 신경이 죽었다거나 살아 있다고 단정하지 않고 방사선사진으로 뿌리 끝 주변 뼈의 상태를 함께 확인하며 판단합니다. 뿌리 끝이 열려 있는 치아라도 신경이 살아 있다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므로 지금 상태와 앞으로의 치료 방법은 실제 진료에서 확인한 결과에 따라 정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