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신경치료를 받는 중인 치아를 혀나 손가락으로 건드리거나 음식을 씹을 때 아픕니다. 신경은 이미 치료를 시작했는데 왜 이런 통증이 남아 있는지 궁금합니다.

짧은 답변

건드리거나 씹을 때 아픈 것은 치아 속 신경이 아니라 치아뿌리와 그 뿌리를 감싸고 있는 뼈 사이를 채우는 치주인대(치근막)에 염증 반응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신경치료를 진행하는 동안 근관 안의 세균과 염증 산물이 뿌리 끝 조직을 자극하면 이런 통증이 나타나며 대부분은 치료가 진행되면서 서서히 줄어듭니다. 통증이 갑자기 심해지고 잇몸이 붓는다면 급성 악화(플레어업)일 수 있어 다음 예약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치과에 연락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통증이 몇 번째 방문에 나타났는지만으로 치료가 잘 되고 있는지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왜 그런가요?

통증이 시작되는 자리는 치주인대입니다

치과에서는 치경 손잡이 같은 기구로 치아를 가볍게 두드리거나(타진 검사) 손가락으로 눌러서(촉진 검사) 통증 반응을 확인합니다. 두드릴 때 통증이 나타나면 치주인대에 염증이 있다는 뜻이며 이는 치수(치아 속 신경 조직)의 생활력 유무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치주인대의 이런 반응은 치수 상태와 별개로 나타나기 때문에 신경치료가 진행 중이어도 자극에 반응할 수 있습니다. 치주인대는 치아뿌리 표면과 치조골(치아뿌리를 감싸고 있는 턱뼈) 사이를 채우는 얇은 결합조직으로 위치를 정확히 느끼는 감각신경이 풍부하게 분포합니다.

씹을 때 아픈 것도 같은 원리로 설명됩니다. 물었다가 뗄 때 나타나는 통증은 치주인대의 염증을 강하게 시사하는 반응입니다. 다만 씹을 때 통증이 특정 방향에서만 순간적으로 날카롭게 나타난다면 치아에 금이 간 균열치처럼 신경치료와 무관한 원인이 겹쳐 있을 가능성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치아 단면에서 안쪽 근관 부분과 뿌리 표면을 감싼 얇은 인대층을 색으로 구분하고 두드리는 자극과 씹는 자극을 위에서 가해지는 화살표로 나타낸 그림
치아 뿌리 안쪽의 근관(신경치료가 진행되는 공간)과 뿌리 표면을 감싼 치주인대를 색으로 구분했습니다. 건드리거나 씹는 자극은 치주인대 쪽에서 통증 반응을 일으킵니다. 그림. AI 이미지

신경치료 도중에 이런 자극이 생기는 이유

신경치료를 받는 치아는 근관(치아뿌리 속의 신경관) 안에 세균과 염증 산물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세균의 내독소와 염증 물질이 근단공(뿌리 끝의 좁은 구멍)을 통해 주변 치주인대와 치조골 조직으로 전달되면 그 부위에 염증 반응이 일어납니다. 이 반응을 치근단치주염이라고 합니다. 치료 과정에서 기구나 세정액이 근단공 밖으로 약간 밀려 나가는 경우에도 같은 조직이 일시적으로 더 자극받아 두드리거나 씹을 때 반응이 예민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반응은 치료 중 흔히 나타날 수 있는 과정이며 통증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치료가 잘못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통증과 함께 치아가 흔들리거나 잇몸에 고름이 나오는 증상이 겹친다면 치주염이 원인일 가능성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그 경우 감별 기준은 잇몸 고름주머니가 치주염 때문인지 확인하는 방법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갑자기 심해지고 부었다면: 급성 악화(플레어업)

신경치료 중이나 방문 사이에 치근단 조직이 급격히 자극받아 심한 통증과 종창이 나타나는 현상을 급성 악화(플레어업)라고 합니다. 전체 치료의 2~6% 정도에서 나타나고 이보다 더 잦게 보고하는 연구도 있습니다. 근관 안에 남아 있던 세균의 내독소와 이에 대한 신체의 면역 반응이 겹쳐 뿌리 끝 조직이 급격히 부어오르는 것이 주된 원인입니다. 이 경우 치과에서는 근관을 다시 열어 세정하고 고여 있는 염증 물질을 배농해 압력을 줄이는 처치를 합니다. 얼굴이나 잇몸이 눈에 띄게 붓거나 열이 나는 정도로 심해졌다면 다음 예약일을 기다리지 말고 치과에 연락해 진료를 앞당기는 것이 안전합니다.

치아 뿌리 끝 주변 조직과 잇몸의 상태를 두 갈래로 비교한 그림. 왼쪽은 반응이 옅고 잇몸이 매끈하며 오른쪽은 반응이 짙고 잇몸이 부풀어 있다
치료가 진행되며 뿌리 끝 조직의 반응이 서서히 가라앉는 경과(왼쪽)와 짧은 시간 안에 잇몸이 붓고 반응이 급격히 심해지는 경과(오른쪽)를 비교했습니다. 그림. AI 이미지

치료를 이어갈지 마무리할지는 이 반응으로 확인합니다

타진 검사는 근관을 충전해 치료를 마무리할 시기를 정하는 가장 간단하고 신뢰도 높은 방법입니다. 두드렸을 때 통증이 없거나 옆 치아를 두드릴 때와 비슷한 수준까지 줄어들면 그 시점에 근관을 충전해 치료를 마무리합니다. 반응이 여전히 남아 있으면 근관 안에 소독 성분을 갈아 넣고 방문을 이어가며 반응이 가라앉기를 지켜봅니다. 신경치료가 한 번에 끝나기도 하고 여러 번에 나뉘기도 하는 이유는 이런 반응이 가라앉는 속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며 방문 횟수 자체가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방문 횟수만으로 치료가 정상인지 실패인지 가늠할 수는 없습니다.

치료를 마친 뒤에도 자발통이나 두드릴 때의 통증, 씹을 때의 불편감이 없는 상태가 유지되는지는 치료 성공 여부를 확인하는 임상 기준 가운데 하나입니다. 치료가 끝난 뒤에도 통증이 이어지는 경우에 확인하는 항목은 신경치료를 마치고도 통증이 계속될 때 살펴보는 것들에서 더 자세히 다룹니다.